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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유아들에 세례 베푼 교황 “오늘 받은 빛으로 자녀들이 자라게 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9일 오전 주님 세례 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부모와 대부모는 “자녀의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일생 동안 여러분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아세례가 거행된 시스틴 성당에는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황은 감동의 분위기 속에서 원고 없이 간략하게 강론했다. 참으로 교회는 이날 새로운 자녀들을 기뻐하며 맞아들인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창욱

교회는 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유아세례식을 취소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직원들의 신생아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관행을 다시 이어갔다. 이번에 교황에게 세례를 받는 유아들은 16명이다. 이번 세례성사는 시스티나 성당이라는 참으로 특별한 상황에서 유아들을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인도한다. 지난 2020년 1월 12일 교황에게서 세례를 받았던 유아들은 32명이었다. 당시 교황은 울며 보채는 아기를 달래던 부모들과 아기들이 “피곤하지” 않도록 원고 없이 짧게 강론했다. 아울러 성당에서도 편안하게 모유 수유하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전례

교황은 다음과 같이 물으며 세례성사 예식을 시작했다. “이 아기의 세례명을 무엇이라고 짓겠습니까? 이 아기를 위하여 하느님의 교회에서 무엇을 청합니까?” 교황은 부모들이 데려온 유아들에게 그리스도인 신앙의 특별한 표식인 십자 성호를 긋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랑하는 자녀 여러분, 교회는 기쁨으로 여러분을 받아들입니다.” 제1독서는 이사야 예언서에서 발췌한 구절이었다. “그분께서는 목자처럼 당신의 가축들을 먹이시고 새끼 양들을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 먹이는 어미 양들을 조심스럽게 이끄신다”(이사 40,11). 제2독서는 사도 바오로의 티토서의 구절로, 주님께서 가져오신 구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한 의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비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워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것입니다”(티토 3,5).

부제가 봉독한 루카 복음은 요르단 강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일을 들려줬다.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1-22). 

세례대 앞에 선 교황
세례대 앞에 선 교황

교황 “자녀의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지키십시오”

교황의 강론은 과거의 유아세례식 때와 마찬가지로 간결했다. 교황은 이스라엘 백성이 “맨발과 헐벗은 영으로” 요르단 강에 갔다는 전례의 찬미가를 떠올렸다. 이 표현은 하느님에 의해 씻겨져야 함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론을 이어갔다.

“오늘 이 아기들도 헐벗은 영혼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하느님의 의로움, 예수님의 힘, 삶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기 위해 말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받으려고 여기에 왔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오늘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받게 될 것입니다. 부모와 대부모인 여러분은 이 정체성을 지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생 동안 여러분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곧, 자녀의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매일 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녀들은 오늘 받게 될 빛과 함께 자라야 합니다. 저는 단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메시지입니다. 곧,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받을 수 있도록 자녀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교황은 오늘 세례예식이 다소 긴 편이라며, 아기들이 낯선 분위기에서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너무 덥거나 배고플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더워하지 않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아기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부담 없이 옷을 벗기고, 혹시 배고파한다면 여기, 주님 앞에서 편안하게 젖을 물리십시오. 괜찮습니다. 혹시 아기들이 소리를 지른다면, 소리지르게 놓아두십시오. 왜냐하면 아기들도 공동체의 영, 말하자면 ‘공연밴드의 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하는 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모두가 음악을 연주하고 즉시 교향곡이 되기 때문이죠.”

교황은 “아기들이 마음놓고 울도록 놓아두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우리는 이러한 평화로운 분위기로 예식을 계속 진행합시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자녀들은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명은 바로 이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교황이 미사 말미에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엄마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교황이 미사 말미에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엄마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물, 흰옷, 빛

성인 호칭기도를 바친 다음 2명의 공동 집전자인 교황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과 바티칸 시국 총리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Fernando Vérgez Alzaga) 대주교가 각 신생아의 가슴에 성유로 십자 표식을 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상처에 대한 위로의 표지이면서 죄에 맞서 싸우기 위한 양식이자 방어의 표징이다. 교황은 예식문을 읽으며 예식을 진행했다. 부모와 대부모들은 신앙고백을 바침으로써 마귀와 그의 모든 행실과 그의 모든 유혹을 끊어버린다고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세례대로 데리고 나온 각 신생아의 머리에 교황이 성수를 부었다. 신생아에게 다시 태어남의 상징인 흰옷을 입히는 예식이 이어지고 그리스도의 빛을 전달했다. 아기의 아버지들이 부활 초로 가서 자신의 초에 불을 붙였다. 이는 그들의 자녀를 위한 신앙의 증거로, 부모들이 동행하게 될 빛이다. 예식 말미에 교황은 예식에 참례한 각 가족에게 인사를 전하고 각 유아를 사랑 가득한 손길로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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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1월 2022,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