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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 점등식, 어둠 너머의 빛

12월 1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성탄 구유와 전나무의 점등식 행사는 커다란 감동과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성탄 구유는 페루 우앙카벨리카에서, 성탄 나무는 트렌토의 안달로 숲에서 왔다.

Amedeo Lomonaco / 번역 안주영

어둠을 깬 경이로움과 눈부신 빛이 성탄 구유 축복식과 성탄 나무 점등식 행사를 밝혔다. 어린이를 비롯해 모든 이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이 행사는 우천으로 인해 성 베드로 광장과 온라인으로 연결된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됐다.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 군악대는 바티칸 시국의 국가(國歌)와 올해 독립 200주년을 맞은 페루의 국가를 각각 연주했다. 

바티칸 시국 총리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Fernando Vérgez Alzaga) 대주교는 점등식 시작 인사말을 통해 성탄 나무와 성탄 구유가 대림시기에 중요한 표징이라며 “주님께서 오시는 길을 밝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돌로미티 산맥과 안데스 산맥의 민족들이 아기 예수님 경배를 위해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점등식 이후 성탄 구유를 보내온 페루 우앙카벨리카 지역의 복사단의 성탄 성가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은 요프카 전통의상을 입은 한 어린이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시작한다.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아기 예수님을 위해 이 성탄 노래를 바칩니다.”

우앙카벨리카교구장 카를로스 살세도 오헤다(Carlos Salcedo Ojeda) 주교는 인류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 안에서 발전하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별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위해 기도하고 어린이들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성장하길 기도했다. 이후 안데스 민족의 삶이 담긴 또 하나의 영상으로, 후안 페레스 보카네그라 신부가 1631년 동정 마리아를 기념하는 축일 행렬을 위해 작곡한 찬미가 “천상의 기쁨(Janacc pachap cussicuinin)”이 상영됐다. 이 찬미가는 “신대륙”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다성음악이며 케추아어로 작곡됐다. 

오스카 마우르투아 데 로마냐 페루 외교장관은 올해 페루 국민들이 공동체의 역사를 기념하면서 더 번영하고 더 지속가능하며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 위한 도전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루의 그리스도교 신앙이 바로 여기, 곧 베르니니 열주로 둘러싸인 성 베드로 광장 중앙에 있는 우앙카벨리카의 성탄 구유를 통해 드러납니다.” 그는 성탄 구유를 통해 우앙카벨리카 지역의 상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세계관 전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우리는 우앙카벨리카 인류애의 일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리스도교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페루의 희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앙카벨리카 지역의 마시스테 알레한드로 디아즈 아바드 주지사는 성탄 구유가 35개의 조각상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하며, 우앙카벨리카의 예술가들이 쵸프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데 로마냐 장관과 디아즈 아바드 주지사의 인사말이 끝난 후 우아이타라(Huaytará) 지역의 잉카 사원을 배경으로 제작한 세 번째 영상이 상영됐다. 이 영상은 다양한 나라 출신 어린이들(주로 우앙카벨리카 출신)이 잉카 와시(Inka Wasi) 고대 유적지 내부와 15세기 잉카 사원 외부에서 케추아어로 성탄 성가를 부른다. 

성탄 구유 축복식

우아이타라의 잉카 사원을 배경으로 어린이들이 성탄 성가를 부르는 영상이 상영된 후 저녁 행사의 두 가지 중요한 식순 중 하나가 이어졌다. 바오로 6세 홀을 비추며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던 장면은 성 베드로 광장으로 옮겨졌고, 마침내 우앙카벨리카에서 온 성탄 구유에 빛이 밝혀지는 모습이 공개됐다. 아기 예수님은 우앙카벨리카 전통 담요로 감싸인 “힐리푸스카(Hilipuska)”라고 불리는 아기의 모습이며, 엮어 만든 끈 “춤피(chumpi)”로 싸여 있다. 동방 박사들은 감자, 퀴노아, 키위차, 카니후아 등 우앙카벨리카의 특산물을 담은 순례자 배낭이나 주머니를 가지고 페루 국기를 등에 얹은 라마와 함께하고 있다.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아기 천사는 ‘와자라푸코’라고 불리는 전통 관악기를 연주한다. 또한 성탄 구유에는 알파카, 야생 라마, 양, 비스카차, 안데스 플라밍고, 페루 국가의 상징인 안데스 콘도르 등 현지 동물군에 속하는 다양한 동물의 조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안데스에서 돌로미티까지

성탄 구유 점등식 이후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 군악대가 이탈리아 국가를 연주했다. 이어 트렌토 지역과 그 주변의 아름다움, 곧 눈덮인 산, 태양에 빛나는 산봉우리, 종탑 주변의 마을 등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트렌토대교구장 라우로 티시(Lauro Tisi) 대주교는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께서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을 우리에게 보여주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섬김을 온전히 존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이시라며, 받는 것보다 내어 주시는 하느님이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섬기고 사랑하고 베푸는 것은 헌신이 아니라 인생을 누리기 위한 유일한 가능성이라고 역설했다. 이탈리아 트렌토 지역 안달로 시의 알베르토 페르리 시장은 전나무가 해마다 자라고 또 자라는 지속가능한 알프스 산맥의 숲에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브렌타의 돌로미티와 파가넬라 사이의 숲과 녹색 고원에 자리잡은 안달로는 아다멜로 브렌타 자연공원에 속한 지방 자치단체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성탄 나무 점등식

베르니니 열주로 둘러싸인 성 베드로 광장 중앙에서 준비된 또 다른 감동적인 장면이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곧, 성탄 구유 곁에 자리 잡은 약 28미터 높이의 거대한 전나무의 점등식이다. 바티칸 시국 행정부 사무총장 라파엘라 페트리니(Raffaella Petrini) 수녀는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 시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강조했듯 예수님의 탄생과 “모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사람이 되신 주님의 겸손을 따라 영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의 의미”를 묵상하라는 초대라고 말했다. 끝으로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 군악대가 “별들로부터 오신 주님(Tu scendi dalle stelle)”을 연주하면서 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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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월 2021,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