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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르 에조르에서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오른 시리아 어린이가 라카에 위치한 파괴된 건물 안에 서 있다. 데이르 에조르에서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오른 시리아 어린이가 라카에 위치한 파괴된 건물 안에 서 있다.  (AFP or licensors)

체나리 추기경 “엄청난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는 시리아를 도와주십시오”

시리아 주재 교황대사 마리오 체나리 추기경이 동방교회원조협회(ROACO) 총회 참석차 6월 20일 로마에 도착했다. 체나리 추기경은 “빈곤과 분열 속에서 시리아의 상황이 더 악화됐다”면서 “시리아는 국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리아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체나리 추기경은 13년째 교황대사로 봉사하고 있다. “저는 벌써 1년 전에 은퇴해야 했지만, 여전히 책임감을 느낍니다. 교황님이 저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마리오 체나리(Mario Zenari) 추기경은 13년째 시리아 주재 교황대사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리아의 얼굴을 망가뜨린 상처와 빈곤의 시나리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12년 간의 전쟁 이후에도 상황은 좋지 않고, 실제로 어떤 면에서는 악화됐습니다. 2-3년 전부터 시리아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혔습니다. 코로나19, 레바논의 위기,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 시리아는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체나리 추기경은 동방교회원조협회(ROACO) 총회 참석차 6월 20일 로마에 도착했다. 앞서 체나리 추기경은 6월 18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그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바티칸 뉴스」와 인터뷰를 나누며 “멋진 분위기에서 교황을 만났다”고 말했다. “저는 교황님께 신자들과 주교님들의 인사를 전했지만, 시리아 국민의 고통, 그 수많은 고통도 전했습니다.”

이하 마리오 체나리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시리아인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시리아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분쟁으로 인한 수많은 사망자 외에도 과거 2300만 명 중 약 1400만 명이 집, 마을, 도시 밖에서 지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약 700만 명이 국내 실향민입니다. 이들은 악천후 속에서 때때로 나무 아래나 텐트에서 생활합니다. 올해는 특히 북서부 지역이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많은 텐트가 눈의 무게로 무너졌습니다. 또한 인근 국가로 수백만 명의 난민이 흩어졌습니다. 그러니 엄청난 인도주의적 재앙인 것입니다. 엄청나죠. (...)”

개선의 조짐이나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나요?

“없습니다. 현재는 터널 끝에서 빛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건 현장을 볼 수 없고, 경제적인 재개도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의 철회 문제가 더욱 큰 문제가 됐습니다. 특히 유럽연합과 미국의 제재가 더 가혹하고 경제 재건을 위해 시리아에 가려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실히 시리아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러합니다. 어떻게든 이주를 감행하는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시리아에서 떠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절반 이상, 어떤 경우에는 3분의 2 정도가 떠나는 것을 목격한 시리아 교회에 있어 특별한 고통이기도 합니다. 물론 시리아 사회 자체에도 큰 손실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누누이 말해 왔듯이, 교육과 보건 영역에 헌신하는 시리아 그리스도인들은 열린 마음, 보편적인 마음, 풍요로운 마음으로 나라 전체에 이바지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가 이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재나 강제 출국은 모든 이에게 상처를 줍니다.”

정확히 1년 전 추기경님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기의 굉음이 멈추자 시리아에서 빈곤이라는 또 다른 “폭탄”이 터졌다고 규탄하셨습니다. 상황은 더 악화됐나요?

“다마스쿠스나 다른 도시에서는 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빵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빵집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쟁 중에도 볼 수 없었던 광경입니다. 사람들은 음식을 살 돈이 없습니다. 1000 시리아 리라를 주고 빵을 사는 대신 100 시리아 리라를 주고 빵을 삽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또한 휘발유가 없습니다. 시리아에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원유 매장지가 여러 곳 있지만 휘발유를 구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연료가 없습니다. 난로는 있지만 한파를 견디기 위한 연료는 없습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들 말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생필품도 부족합니다. 전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시리아의 대부분이 고작 하루에 두 시간만 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요리에 필요한 가스도 부족합니다. (...) 사순시기 동안 이탈리아에서 세 개의 본당이 저를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시리아에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나눠주는 대중식당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매우 기뻐하며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1-2만 유로를 모금했습니다. 모금할 사람들의 수와 봉사를 늘릴 수 있으니 주 3회가 아닌 주 4회로 합시다.’ 그러자 그들은 주 3회에서 주 2회로 줄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요리에 쓸 가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뢰밭에서 일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 경우처럼 돈은 있어도 기본 생필품이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을 규탄하시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른 전쟁들도 잊지 말라고 권고하셨습니다. 단연 시리아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 

“그렇습니다. 시리아는 정말 잊혔습니다. 국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레바논 은행의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인도적 지원을 받은 교회들이 모두 레바논 은행에 돈을 예치했기 때문에 시리아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수년 동안 돈을 이체하는 일, 특히 돈을 출금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교 인도주의 기관의 지원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들은 계속 중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분명 우크라이나입니다. 게다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4개였던 인도주의 통로가 지금은 1개만 남았습니다. 이것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존폐가 달려 있습니다. 오는 7월 10일 이 통로에 대한 유엔의 권한이 만료됩니다. 이 통로가 폐쇄되지 않길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통로가 폐쇄되면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도 들이닥칠 것입니다. 제가 항상 말하는 것처럼, 하나의 위기는 또 다른 위기에 영향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이 시리아인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시리아인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낍니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12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 이후 교황님이 “익숙한 습관”이라고 정의하신 전쟁에 대한 개념이 스며든 게 아닌가요?

“네,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도와줄 수 있는 서방의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들의 도움은 아마도 더 견고할 것입니다. 정치적인 관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동은 수년간 지속된 격동의 지역입니다. (...) 특히 시리아는 정말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다섯 강대국의 다섯 군대가 여전히 시리아 내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모든 것이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추기경님은 일부 지역에서 다른 화폐도 통용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네, 제가 말한 다섯 군대 중 하나는 요청이 없었음에도 들어왔습니다. 바로 터키군입니다. 터키 병력이 주둔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은 통신 등 몇몇 사회기반시설을 급속히 ‘터키화’하고 있습니다. 터키 화폐도 한동안 사용됐습니다. 게다가 원유 매장지가 있는 북동부 지역은 쿠르드족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미군도 일부 주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정기적으로 헤즈볼라나 이란의 군사 목표물에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다마스쿠스 공항 활주로를 폭격했습니다. 그리고 시리아 영토의 일부 지역에 범죄조직이나 다에시 잔당이 있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됩니다. 한마디로 시리아는 일치를 잃었습니다. 패권 다툼 속에서 시리아를 바라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얼마나 큰 재앙인지 모릅니다. (...)”

추기경님은 2008년부터 시리아 주재 교황대사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13년이 흘렀는데요. (...)

“예, 그렇습니다. 저는 교황청 대표부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외교 사절단의 수석대표(데카누스)이기도 합니다.”

추기경님이 설명하신 이 모든 것과 관련해 최소한 주눅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추기경님은 시리아를 떠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무엇이 추기경님을 지금까지 시리아에 붙들고 있나요?

“지난 6월 18일 오전 저는 이 문제에 관해 교황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교황님은 저를 많이 격려하시면서 6년 전 시리아에 추기경 신분의 교황대사를 ‘선물’해 주셨다고 저에게 떠올려 주셨습니다. 물론 상황이 어렵고, 정치 문제, 외교 문제, 인도주의 문제들도 많지만, 저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벌써 1년 전에 은퇴해야 했지만, 교황님의 이러한 선물 때문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저에게 건강을 허락하시는 한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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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월 2022,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