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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 도시 이줌에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 도시 이줌에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우크라 집단매장지에서 기도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친밀함과 연대를 전하고자 개전 이래 4번째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도시 이줌 인근의 대규모 집단매장지에서 기도할 수 있었다.

Benedetta Capelli, Linda Bordoni / 번역 이시권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이 자포리자 인근에서 구호물자를 나눠주던 중 총격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이줌 외곽지역에서 최소 400기의 “신원미상” 무덤이 발견된 현장의 소식을 전해왔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말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며, 오직 기도만이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이줌 지역에서 하르키우-자포리아교구장 파블로 혼차루크(Pavlo Honcharuk) 주교와 함께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설명했다. 이줌 지역은 500여 명의 유해가 발견된 곳으로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이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리는 거기서 흰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운반하는 일종의 ‘예식’을 목격했다”며 “그들은 주로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이었다”고 말했다. “무덤의 대부분은 공동무덤이었습니다. 약 3-4개월 전 피살된 우크라이나인들의 시신 중 일부가 최근 매장된 것입니다.”

이줌 집단매장지
이줌 집단매장지

어안이 벙벙한 참상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이번 참상에 어안이 벙벙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전쟁이라는 현실이 존재하고 또한 전쟁에는 자비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안다고 해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묵묵히 시신을 발굴하고 운반하는 이 사람들의 작업을 “감동적이고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동참”이라고 표현했다.

“큰 감동을 받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젊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그토록 사려 깊은 방법으로, 조용하고 완전한 침묵 속에서 시신을 운반하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그것은 일종의 ‘예식’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많은 경찰과 군인이 있었습니다. 최소 200명이 있었죠. 그들 모두는 침묵 속에서 죽음의 신비를 묵상했습니다. 정말로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랑과 자비의 교훈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그들이 마치 자신의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시신을 운반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부모, 자녀, 형제들을 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그들이 혼차루크 주교와 함께 시신 사이를 걸으며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바쳤다고 전했다. 그들은 적어도 3시간 동안 기도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그것이 “자비의 예식”이었다며, 완전히 조건 없이 이뤄진 행위였다고 덧붙였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현장을 떠난 후에도 이줌의 체험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르키우로 돌아온 그는 성당에 서서 그 젊은이들을 생각했다. “참으로 고된 하루였습니다. 마치 고문실로 사용된 경찰서를 방문한 것 같았습니다.”

이줌 집단매장지
이줌 집단매장지

전쟁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위안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때때로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들은 오직 복수만 존재할 법한 자리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악은 선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전쟁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위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기경의 소임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군인, 두 명의 주교, 한 명의 가톨릭 신자, 한 명의 개신교 신자와 함께 자포리자에서 구호물자를 전달한 후 현재 키이우에 머물고 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자포리자에서 총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다치지 않고 빠져나왔다. 그는 모든 것이 잘 진행됐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복한 묵주와 모든 구호품이 전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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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9월 2022, 0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