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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에 동물을 축복하는 감베티 추기경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에 동물을 축복하는 감베티 추기경 

감베티 추기경, 농축산업 종사자들에게 “위기 극복 위해 피조물 향한 하느님의 계획 유념하자”

“하느님께서는 우리 땅과 삶을 풍요롭게 하시는 일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바티칸에서 ‘농축산업의 날’ 기념미사를 거행하고 그동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던 행사가 재개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탈리아 축협과 농협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16년째를 맞았다.

Paolo Ondarza / 번역 이재협 신부

바티칸 시국 교황 총대리 겸 성 베드로 대성전 대사제 마우로 감베티(Mauro Gambetti) 추기경이 ‘농축산업의 날’을 맞아 거행한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미사에서 이웃과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에 있어 우리의 부족한 모습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자고 초대했다. “간혹 우리는 유익한 일을 하기보다 해로운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날 미사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거행됐다. 

정당한 소득 보장

감베티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 참례한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미사 독서인 히브리서 6장10절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노고를 잊으시는 불의한 분이 아니십니다.” 감베티 추기경은 농축산업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기억하며 “농축산업 유지를 어렵게 하는 불확실성과 어려움으로 점철된 시기”를 살아가는 농축산업 종사자들에게 “정당한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이 생물 다양성 보호, 환경적·사회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중소기업을 장려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론하는 감베티 추기경
강론하는 감베티 추기경

하느님의 계획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감베티 추기경은 현재 위기 대처의 핵심으로 “피조물에 있는 하느님의 계획을 알아듣는 법을 배우고 그 계획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님께서는 결코 모자람 없이 당신 섭리의 도움을 베푸십니다. 좋은 음식이 되고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땅의 결실은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입니다. (…) 이 같은 생각은 농축산업 분야에서 마지막까지 견지해야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안토니오 성인은 많은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지혜를 구하러 찾아왔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성경 외에 하느님의 계획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은 피조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간을 위한 법

감베티 추기경은 “법은 인간을 위해 적용돼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하신 것처럼 인간은 하느님을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적절한 장소에서 이 같은 관점을 제안할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법률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 안토니오 아빠스가 주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그리스도인에게도 이러한 마음가짐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느님께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사 중 축산식품 예물봉헌
미사 중 축산식품 예물봉헌

동물 축복

예물봉헌 시간에는 계란, 치즈 등 육가공 식품이 제대에 봉헌됐다. 미사 전례를 마친 뒤 감베티 추기경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비아 델라 콘칠리아지오네(Via della Conciliazione, ‘화해의 길’)에서 열린 말과 기수들의 행렬에 참석했다. 행렬 중 감베티 추기경은 성 베드로 광장 맞은편 비오 12세 광장에 모인 동물들을 축복했다. 이날 광장에는 닭, 거위, 토끼, 젖소, 양, 염소, 말, 나귀 등 다양한 가축들이 모였다.

이탈리아 내 축사 10곳 중 1곳은 폐업 위기

에토레 프란디니 이탈리아 농협회장은 “이탈리아 농가 구하기”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상황에 대한 최근 자료를 발표하고 이탈리아 전역에서 9퍼센트에 해당하는 축사들, 곧 10곳 중 1곳의 축사가 물가 상승으로 폐업 위기라는 비관적인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프란디니 협회장은 이러한 현상이 경제와 고용 분야에도 연쇄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며, 환경, 생물 다양성, 전통음식문화유산 부문에도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에 따른 결과

이러한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는 생산비용 폭등이다. 에너지 가격은 평균 60퍼센트가 상승했으며, 사료의 경우 95퍼센트, 디젤 가격 110퍼센트, 착유 시스템과 우유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전기 요금은 500퍼센트 가까이 인상됐다. 또한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건초와 사료를 마련하는 일도 어려워졌다고 협회장은 설명했다.

탄소 배출 지침

프란디니 협회장은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 농업과 축산업 종사자들에 따르면 유럽의 탄소 배출 지침으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150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축사가 소각장이나 오염이 심한 공장과 동일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약 18만 개소의 축사가 경영 위기를 겪거나 폐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지속가능한 정책을 적용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축산 식품의 수입이 개방될 위험에 놓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육류에서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유전자재조합식품의 개발을 부추기는 위험 상황입니다.”

이탈리아의 축산업은 국가 전체 산업의 약35퍼센트를 차지하며 규모는 약 400억 유로에 달한다. 축산업 관련 종사자는 약 8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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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월 2023,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