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눈물, 우크라이나… “평화가 전쟁을 이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스페인 광장에 위치한 성모상 앞에서 전통적인 공경 예식을 거행하며 기도를 바치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것은 “평화를 위해 주님께 오랫동안 간구해 온 것에 대한” 우크라이나인의 감사를 전하고 싶었던 교황의 마음이었다. “당신께서 우크라이나인을 비롯한 고통받는 모든 이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스페인 광장에서 거행되는 성모 공경 예식은 지난 2년 동안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교황이 새벽에 홀로 거행했으나 올해는 수많은 로마 시민과 관광객들이 교황 곁에 함께했다. 교황은 예식에 앞서 성모 대성전의 ‘로마 백성들의 구원’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안주영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 곧 세상의 모든 성모님 자녀들의 꽃과 고통을 봉헌하는 교회의 최고 목자이자 성모님의 자녀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눈물과 연민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성모님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리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교황은 고통의 땅인 우크라이나를 떠올리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교황 “홀로 동틀 녘에” 경의를 표하고 기도했던 앞선 2년과는 달리 올해는 스페인 광장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비 발치에 로마 시민과 관광객들이 가득 모였다.

“저희가 오랫동안 주님께 간구해 온 평화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감사인사를 봉헌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피해를 겪고 있는 고통의 땅인 우크라이나의 어린이와 노인, 아버지와 어머니, 젊은이들의 간청도 당신께 바쳐야 마땅합니다. 당신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십자가 곁에 머무르셨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인을 비롯한 고통받는 모든 이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고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우크라이나의 고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마리아를 바라보며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는 것을 믿읍시다

구름 몇 점만 떠 있는 온화한 로마의 오후에 교황이 바친 눈물 섞인 기도의 가장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마지막 간청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맞아들이신 하늘나라에서” 성모님이 “저희 간청을 당신의 아드님, 자비로 충만한 그분의 성심께 올려 드리기 위해” 귀 기울여 달라는 애원이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바친 단순한 기도를 떠올리는 감사의 말로 기도를 끝맺었다. 

“우리 어머니, 당신께 감사드리나이다! 죄가 없으신 당신을 바라보면서 사랑이 증오를 이기고, 진리가 거짓을 이기며, 용서가 모욕을 이기고, 평화가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믿고 희망할 수 있나이다. 아멘!” 

커다란 흰 장미 바구니

오후 3시47분경 스페인 광장에 도착한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 시장과 로마교구 총대리 안젤로 도나티스(Angelo De Donatis) 추기경의 환영을 받으며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비로 향했다. 교황이 축성한 커다란 흰 장미 바구니가 기념비 발치에 봉헌되자 로마교구 성가대가 성모 호칭 기도를 불렀다. 교황은 로마의 많은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다양한 화환들이 “우리 모두를 보호하시는 성모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상기했다. “성모님, 눈에 보이지 않는 꽃인 많은 기도와 많은 침묵의 청원들을 보시고 받아 주소서. 그것들이 때론 짓눌리고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머니이신 당신께서는 다 보고 계시나이다.”

“동틀 녘 이곳에 와서 홀로 공경을 표했던 앞선 두 해와 달리, 오늘은 당신 곁에 교회와 이 도시의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 모든 자녀의 감사와 청원 기도를 당신께 전해 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모든 이의 마리아를 위한 사랑

교황은 특히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자녀로서의 사랑”을 성모님께 전하며 “성모님의 모든 은총과 겸손인 아름다움에 대한” 그들의 감사의 마음을 바쳤다. 이는 “많은 먹구름 가운데 성모님이 희망과 위로의 표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모님, 어머니와 할머니의 품에 안겨 성모 성화 앞에서 당신의 이름을 배우며 천상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의 미소를 봉헌합니다.”

어린이의 미소와 노인의 감사

교황은 봉헌 기도 중에 삶 안에서 가장 작은 이들의 “미소가 눈물로 바뀔 때” 그들에게 “성모님의 모성을 선물로 받았다”는 은총이 중요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어 “노인들과 나이든 이들의 감사”를 동정 마리아에게 전하며, 그 감사는 “그들이 성모님의 손을 잡으면서 추억, 기쁨, 슬픔, 당신의 도움을 받아 이룬 목표들로 엮인 그들의 삶과 하나가 됐다”고 덧붙였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 크고 작은 도전에 직면하는 가정, 아버지와 어머니의 염려를 당신께 바칩니다.”

스페인 광장의 신자들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스페인 광장의 신자들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청소년과 젊은 부부들을 성모님께 의탁

교황은 특히 “젊은 부부들이 성모님과 성 요셉을 바라보며 용감하게 삶을 마주하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하기를” 성모님께 간구했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꿈과 불안”을 바친다며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나 가치가 결여된 문화로 억압받고, 정보는 넘쳐나지만 교육은 부족하고, 속이는 데는 달변이지만 기만하는 데는 무자비하다”고 고백했다. 

“특히 감염병의 세계적 크나큰 여파를 받은 아이들이 서서히 날개짓을 하며 마침내 날개를 다시 펴고 높이 나는 기쁨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당신께 특별히 간청하나이다.”

스페인 광장의 신자들과의 긴 포옹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걸으며 오후 4시20분까지 예식에 함께한 많은 신자들과 인사했으며, 나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인사했다. 바티칸에서 스페인 광장으로 오기 전 교황은 성모 대성전에 들러 ‘로마 백성들의 구원’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했다. 예식이 시작되기 3시간 전에 있었던 삼종기도에서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의 전통적인 공경 예식에 영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어머니께 자녀로서 공경을 표하는 예식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중재에 평화를 향한 보편적인 열망, 특히 크나큰 고통을 받고 많은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의탁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비 앞에서 전통적인 공경 예식을 거행하며 기도를 바치는 프란치스코 교황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비 앞에서 전통적인 공경 예식을 거행하며 기도를 바치는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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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2월 2022,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