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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베드로의 부성

“온 인류의 아버지로 느낀다”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말씀에서 로마 주교(교황)의 직무의 중요한 측면을 살펴본다.

Andrea Tornielli

 

사도 베드로의 새 후계자를 선출할 콘클라베를 앞둔 이 긴박한 시간, 하느님 백성이 가장 깊이 체감하는 로마 주교직의 본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바로 ‘부성’(父性)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갑자기 전해졌을 때, 수백만 신자들은 마치 한 아버지를 잃은 고아가 된 듯한 심정을 느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64년 12월 인도 사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인 철학자 장 기통과 나눈 대화에서 부성에 관한 깊은 성찰을 나눈 바 있다. 당시 교황은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종교를 초월한 100만 명이 넘는 군중의 환영을 받았다. 그것은 잊을 수 없는 포옹의 순간이었다. 군중들은 거리를 가득 메웠고, 훗날 콜카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에게 선물한 지붕이 열린 링컨 차량을 에워쌌다. 교황은 두 시간 내내 쉬지 않고 군중들에게 인사하고 축복을 베풀었다. 그 군중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기통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교황의 모든 존엄 가운데 가장 부러워할 만한 것은 아버지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에 비오 12세 교황님을 공식 행사에 모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베짜타 연못에 뛰어들 듯 군중 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분 주위에 몰려들고 그분의 제의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럼에도 교황님은 빛나셨고, 오히려 힘을 얻으셨습니다. 하지만 부성을 목격하는 것과 직접 아버지가 되는 것 사이에는 바다와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부성은 정신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감정으로,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하며, 결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집니다. 자녀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어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아버지됨입니다. 아버지이기를 그만둘 수는 없지요... 나는 온 인류의 아버지라고 느낍니다... 이 감정은 교황의 의식 속에 늘 새롭고, 늘 신선하며, 항상 태어나는 상태로, 자유롭고 창조적입니다. 이 감정은 지치게 하지 않고, 피곤하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피로를 쉬게 합니다. 축복이나 용서를 위해 손을 들 때 단 한순간도 피곤함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럼요. 저는 축복하고 용서하는 일에 결코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봄베이에 도착했을 때, 국제대회장까지 20킬로미터를 가야 했습니다. 엄청나게 광대하고 빽빽하며 고요하게 정렬된 군중이 도로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오직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영적이고 가난하며, 열망으로 가득 찬, 꽉 들어차고, 헐벗고, 주의 깊은 그런 군중들이었지요. 계속 축복을 해야 했습니다. 곁에 있던 한 신부님이 결국에는 모세의 시종처럼 제 팔을 받쳐줬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우월감을 느끼기보다는, 모든 이의 짐을 지고 있기에 모든 이보다 부족한 형제라고 느꼈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는 “모든 이보다 못한” 형제다. 모든 이의 짐을 짊어지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그 체험을 하기 몇 달 전,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이미 문자 그대로 사람들의 포옹에 “삼켜지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체험했다. 1964년 1월, 그의 첫 번째 사도 순방인 예루살렘 성지 순례 때였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간절히 원했던 순방이었다. 예루살렘의 다마스쿠스 성문에서는 너무 많은 군중이 모여 예정된 일정에 따라 환영식을 거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교황의 차량마저 배처럼 흔들는
이 탄 차는 배처럼 흔들렸고, 차에서 간신히 빠져 나온 교황은 후세인 국왕 병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수행원들과 합류하지 못한 채로 다마스쿠스 성문을 힘겹게 통과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예루살렘) 성지 구 도시 골목길에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비아 돌로로사’(고통의 길) 전체를 걸었다. (이 순례에서) 때때로 그는 군중에게 삼켜지는 듯 했다. 손을 들어 축복하는 그의 얼굴은 항상 평온하고 미소를 띠고 있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사적 친구인 줄리오 베빌라쿠아 신부는 그날 저녁 예루살렘 주재 교황청대사관 밖에 모인 기자단에게 수년 전 조반니 바티스타 몬티니(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세속명)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전했다. “저는 교황궁의 화려함과 의전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교황을 꿈꿉니다. 마침내 자기 봉사자들 가운데 홀로 남겨진 교황 말입니다.” 베빌라쿠아 신부는 이렇게 말을 마쳤다. “그래서 저는 오늘 교황님이 비록 군중에게 압도당하셨지만, (교황을 태워 운반하는) 떠메는 의자에 앉아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내려오실 때보다 더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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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월 2025,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