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강복(Urbi et Orbi)]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4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서 평화를 위한 밤샘
레오 14세 교황의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메시지
2026년 주님 부활 대축일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
2026년 4월 5일, 주일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 축하합니다!
수 세기 동안 교회는 그 신앙의 기원이자 근본이 되는 사건을 기쁨에 차 노래해 왔습니다. “죽음생명 싸움에서 참혹하게 돌아가신 / 불사불멸 용사께서 다시살아 다스리네. / 그리스도 부활하심 저희굳게 믿사오니 / 승리하신 임금님 자비를 베푸소서”(주님 부활 대축일 부속가).
부활은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 증오에 대한 사랑의 승리입니다. 값진 승리입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마태 16,16 참조)께서는 부당한 재판을 받으시고, 조롱과 고난을 당하시며, 피를 흘리신 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셔야 했습니다. 참된 희생양으로서 그분께서는 세상의 죄를 스스로 짊어지셨고(요한 1,29; 1베드 1,18-19 참조), 이로써 우리 모두를, 우리와 함께 모든 피조물을 악의 지배에서 해방시키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승리하셨을까요? 어떤 힘으로 이 세상의 우두머리이자 오랜 적(요한 12,31 참조)을 완전히 물리치셨을까요? 주님께서는 어떤 능력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을까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시고, 당신의 육신으로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가는 길을 열어 주시면서 말입니다.
이 힘과 이 능력은 바로 하느님 자신이시며, 창조하고, 결실을 맺는 사랑, 끝까지 충실한 사랑, 용서하고 구원하는 사랑입니다.
“승리하신 우리의 임금”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의 뜻, 곧 구원 계획에 대한 온전히 순종함으로써 당신의 전쟁에서 싸워 승리하셨습니다(마태 26,42 참조). 그리하여 그분께서는 마지막까지 말씀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길 잃은 우리를 찾으시려 인간이 되셨고, 노예인 우리를 해방시키시기 위해 노예가 되셨으며, 죽을 운명인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의 힘은 완전히 비폭력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땅속에서 썩어 자라나 흙덩이를 뚫고 나와 싹을 틔우고 황금빛 이삭이 되는 밀알과 같습니다. 이는 마치 상처받은 이가 복수심을 버리고, 연민에 차서 자신을 모욕한 이를 위해 기도하는 인간의 마음과 더욱 흡사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야말로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 진정한 힘입니다. 개인, 가족, 사회 집단, 국가 간 등 모든 차원에서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지향하며, 자신의 계획을 강요하지 않고 다른 이와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기여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새로운 인류의 시작입니다. 정의와 자유와 평화가 지배하는 곳이며, 모든 이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사랑이시며, 생명이시고, 빛이신 같은 아버지의 자녀로 여기는 진정한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당신의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자유의 극적인 현실을 더욱 강력하게 보여주십니다. 빈 무덤 앞에서 우리는 제자들처럼 희망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찰 수도 있고, 경비병들과 바리사이들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혀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이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거짓과 속임수에 의존할 수도 있습니다(마태 28,11-15 참조)!
부활절을 맞아 그리스도께 대한 경외감을 느껴봅시다! 그분의 한없는 사랑으로 우리의 마음이 변화되도록 합시다! 무기를 든 이는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전쟁을 일으킬 힘을 가진 이는 평화를 선택하십시오! 무력으로 추구하는 평화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평화를 선택하십시오! 상대를 지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상대와 마주하려는 의지를 선택하십시오!
우리는 폭력에 익숙해지고, 체념하며, 무관심해지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죽음에 무관심해집니다. 갈등이 일으키는 증오와 분열의 여파에 무관심합니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경제적, 사회적 결과에 무관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즐겨 쓰시는 표현인 “무관심의 세계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1년 전, 이 발코니에서 온 세상에 보내신 마지막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죽음이 활개치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는지요!”(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2025년 4월 20일).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언제나 우리에게 죽음을 둘러싼 고통과 아픔, 그로 인한 고뇌를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두려움 때문에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악에 굴복해서도 안 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부활을 사랑하라!”(『설교』 124, 4)고 가르치십니다. 우리도 부활을 사랑합시다. 부활은 악이 최종 결말이 아니며, 부활하신 분에 의해 패배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생명과 평화를 주시기 위해 죽음을 통과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단순히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평화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로 우리 자신이 변화되도록 합시다! 마음에서 솟구치는 평화를 향한 외침을 세상이 듣게 합시다! 이러한 이유로, 오는 4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밤샘기도에 저와 함께 하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축제의 날에, 다툼과 지배욕과 권력욕을 버리고, 전쟁으로 황폐해지고 증오와 무관심으로 얼룩져 악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세상에 주님의 평화를 내려 주시기를 청합시다. 고통받고, 오직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된 평화를 기다리는 모든 마음을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께 우리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마음을 열도록 합시다! 그분만이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십니다(묵시 21,5 참조)!
부활을 축하합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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