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종교 자유의 권리는 기본적인 보루이지만 매우 취약합니다”
Città del Vaticano - Giovanni Zavatta
종교 자유의 권리는 모든 사람이 “진리를 추구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도록” 지켜주는 “기본적인 보루”와 같다. 이 권리는 “모든 국가의 법적이고 제도적인 삶에서 인정받아야 하며, “개인과 공동체의 일상생활에서” 보호되고 증진되어야 한다. 종교 자유가 없다면 “사회의 윤리적 구조는 어쩔 수 없이 흐트러지게 되어 예속과 갈등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종교 자유의 보호와 보장은 신자나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과 국제 공공 기관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문제다. 이런 까닭에 종교 자유는 문명의 표징이자, “현대 인권 체제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10월 21일 오전 로마 아우구스티노 대학에서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작성한 세계 종교 자유에 관한 2025년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개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주목했다. “세계적인 역동적 움직임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 자료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을 보여줍니다. 196개국 중 62개국에서 종교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으며, 약 54억 명의 사람들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25주년을 맞이하는 이 재단의 보고서가 창간 이래 가장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종교 자유의 유린 현상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인간 존엄성』
파롤린 추기경은 “종교 자유에 관한 ACN보고서 25주년: 종교 자유가 글로벌 문제인 이유(Why Religious Freedom Matters Globally)”라는 제목 아래 영어로 발표한 연설에서 두 가지 핵심 기준을 사용하여 종교 자유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는 종교 문제에 있어서 시민, 사회적 자유에 대한 개인과 공동체의 권리를 다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의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인간 존엄성』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인권선언 제18조의 내용이다: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종교 또는 신념을 변경할 자유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선교, 행사, 예배 및 의식에 의하여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파롤린 추기경은 『인간 존엄성』(Dignitus humanae) 60주년(오는 12월 7일)을 떠올리며 이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측면으로서 종교 자유를 증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정의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종교 자유의 한계와 자유 행사에 대한 교육, 신앙 행위의 자유를 포함한 공의회 문헌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의회는 교회가 진리 추구나 의무 수행 여부와 관계없이 종교 자유를 포용하도록 권고합니다”(『인간 존엄성』 2항 참조).
이와 관련하여 파롤린 추기경은 1965년 6월 28일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여러 순례자 단체를 대상으로 한 연설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사실 그 내용은 당시 진행 중이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회기에서 다룰 “귀중한 가르침”을 예고한 셈이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로 초대하십니다. 신앙으로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초대받은 이들에게 윤리적 의무, 곧 구원의 의무를 부여하십니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적 자유를 강요하거나 빼앗지 않으십니다. 인간은 양심적으로 자신의 운명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은 이 중요한 가르침 대부분이 두 가지 유명한 명제로 요약된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믿음에 관하여, 그 누구도 방해받아서는 안 됩니다(Nemo impediatur)! 아무도 강요받아서는 안 됩니다(Nemo cogatur)! 우리는 지금 그리스도의 말씀에 대한 지식을 통해 완성되는 이 가르침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이 존재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에 대한 보편적인 부르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깊이 인식하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습득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지상 명령이 있고, 종교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에 대해 우리는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만 응답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데, 곧 자유롭게 응답하는 자세입니다. 다시 말해 이것이 뜻하는 것은 강압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사랑으로써 응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입니다.”
정치적 신중함
종교의 자유는, 다른 어떤 자유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신중함”을 통해 결정되어야 할 “실질적인 경계”가 있다. 파롤린 추기경은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인간 존엄성』을 다시 한번 인용하며 몇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우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고 “어떤 집단의 신앙 행사가 다른 이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조화는 획일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상호 존중과 정의, 선한 의지 안에 함께 살아가는 자유로운 질서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동의 평화를 증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가 종교적 표현으로 위장된 폭력이나 착취와 같은 윤리적 기초를 침식시킬 가능성이 있는 관행에 맞서 부단히 보호할 것을 요구하기에” 공공 윤리를 지원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인간 존엄성』은 “책임감으로 절제된 자유로 엮인 천을 짠 것으로, 사회가 진실을 추구하는 데 장벽을 세우기보다 다리를 놓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파롤린 추기경은 하지만 인간 본성 안에 깊이 뿌리 내린,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이 자유의 실현이 “개인적, 사회적이거나 정부의 성격에 따른 장벽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궁극적인 의미와 초월을 추구하는 인간의 타고난 열망”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남성과 여성은 어디에서든 신앙 문제에 있어 미묘한 사회적 압력이든 공공연한 국가적 의무든 어떤 형태의 강압으로부터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고, 정부와 지역 사회는 그 누구도 자신의 가장 깊은 신념을 짓밟거나 진정한 실천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명령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단체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보장을 통해 다양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며, 사회에 이바지하고 박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10월 10일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연설한 내용이었다.
세계인권선언 제18조
‘세계인권선언’(1948년 12월 10일) 제18조는 “『인간 존엄성(Dignitatis humanae)』의 세속적[laica:종교적 차원이 아니란 뜻] 대응”이다. 파롤린 추기경에 따르면, “세계인권선언문은 개인적 신념의 신성함이 체계적으로 말살된 홀로코스트와 다른 많은 잔혹 행위를 초래한 전체주의적 이념에 대한 집단적인 거부를 표명하는 국제 인권 체제의 원칙적인 초석이 됐다”라고 한다. “이는 신앙 영역이 개인적 성찰의 덧없는 한계를 초월하고, 강압이나 두려움 없이 구체화하고 확산하며 변형되는 공동체적 표현이 아우러져 울려 퍼지는 교향곡을 구성한다고 주장하는 불굴의 용기 있는 계약이다.”
이어 제18조는 “인간 정신의 본질적인 존엄성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종교 자유가 우연한 특권이 아니라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며 인간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러한 권리가 안타깝게도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체계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번역 이창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 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