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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카자흐스탄 도착... 사도 순방 일정 시작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중앙아시아의 심장 누르술탄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이타(ITA) 항공이 제공한 A330편을 타고 9월 13일 오전 7시36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떠난 교황은 예정보다 20분가량 일찍 누르술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은 기내에서 동행기자단에게 인사하며 “여러분의 동행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중 교황은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의향을 피력했다.

Gabriella Ceraso,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비둘기, 올리브 가지, 경건하게 모은 두 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38차 해외 사도 순방의 로고에 담긴 상징들이다. 이들은 “평화와 일치의 전령”이라는 카자흐스탄 사도 순방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 교황은 9월 13일 오전 7시36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떠나 오후 1시20분경(이탈리아 시간)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에 도착해 사도 순방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 중 하나, 중앙아시아에 위치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고대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에 있던 나라, 다양한 문화·종교·민족이 함께하는 나라 카자흐스탄에서 교황은 9월 15일까지 사도 순방 일정을 수행한다. 교황은 이 기간 동안 누르술탄에서 열리는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다양한 민족 사이에서 화합을 이루는 다양한 신앙심의 긍정적 기여를 강조할 계획이다. 교황은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 참석 일정 외에도 19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카자흐스탄 인구 가운데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의 가톨릭 신자 공동체를 만나 격려할 예정이다. 다양한 종교·문화 전통이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비록 소수임에도 가톨릭 신앙을 지키는 가톨릭 공동체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 

도착

교황 전용기의 누르술탄 공항 도착 예정 시간은 카자흐스탄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45분이었으나 비행기는 약 2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주 카자흐스탄 교황대사 프란시스 아시시 츌리캣(Francis Assisi Chullikat) 대주교와 의전 책임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교황을 맞이했으며, 이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교황을 맞이하고 함께 VIP 접견실로 이동했다. 접견실에서 간단한 공식 환영행사가 이어졌다.

13일 오전 로마 출발 

교황은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이타(ITA) 항공의 교황 전용기(A330)에 오르기 위해 9월 13일 오전 6시30분경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을 떠나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향하는 것으로 이번 순례 여정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2019년까지 ‘아스타나’로 불린 미래지향적 도시,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이다. 시베리아 평원에서 시작된 이심강이 가로지르는 도시 누르술탄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과거 러시아군의 전초기지로 정치사상범을 수용했던 시설이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누르술탄은 과거의 상처를 숨지기 않으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전보와 기자들을 향한 인사

교황 전용기는 6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튀르키예(터키), 조지아, 아제르바이젠 상공을 지나 카자흐스탄으로 향했다. 교황은 이탈리아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 대통령과 모든 이탈리아 국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며 “일치의 화합과 평온 안에서 모든 이탈리아인들의 선익과 발전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통상적인 해외 사도 순방에서와 마찬가지로 2박3일 동안 교황과 동행하는 80여 명의 기자단에게도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번 여정에 동행하고 도움을 주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좋은 여행, 좋은 출장을 하길 바랍니다! 귀국길에 또 우리는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교황은 평소처럼 기내를 돌며 펜기자와 영상기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했다. 이에 몇몇 수행원이 최근 교황의 거동에 문제를 야기했던 오른쪽 무릎을 우려하며 개별 인사를 만류했지만 교황은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농담으로 화답하며 기자단과 인사를 계속했다.

중국 방문에 대한 소망

프랑스 가톨릭 일간지 ‘라 크루아(La Croix)’의 기자는 같은 시기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 가능성을 물었다. 시 주석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고 있으며 9월 14일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누르술탄을 방문한다.

교황은 이번 순방 중 시 주석과의 만남 일정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면서도 언제든 중국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2014년 대한민국 사도 순방 △2015년 미국 사도 순방 △2019년 일본 사도 순방에서 이미 여러 차례 중국 방문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 바 있다. 또한 사도 순방에서 돌아오는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서도 수차례 중국 인민들에 대한 애정과 중국의 역사·문화적 유산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으며 “당장 내일이라도” 북경으로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르술탄 일정

2박3일 동안 누르술탄 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황은 누르술탄 국제공항을 떠나 대통령궁으로 이동해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 시민사회 대표단 및 외교사절단과의 첫 공식 만남을 갖는다. 첫 공식 만남의 자리는 카자크 콘서트 홀에서 진행된다. 카자흐스탄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카자크 콘서트 홀은 “초원에 핀 꽃” 이미지에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끝나면 교황은 이번 순방 내내 머물게 될 교황대사관으로 이동해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9월 14일 오전에는 ‘평화와 화해의 궁전’에서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 개막식이 열린다. 교황청은 2003년 제1차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모든 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왔으며, 올해는 교황이 직접 참석한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이후 인류의 사회·영적 발전을 위한 세계 지도자와 전통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제7차 대회에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108명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이날 오후에는 넓은 엑스포 광장에서 미사를 거행하며 카자흐스탄의 가톨릭 신자들을 만난다. 미사에는 옛 소비에트 연방에서 박해를 받고 수용소에 수감됐던 다른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9월 15일에는 많은 이가 고대하는 가톨릭 공동체와의 만남이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아스타나-누르술탄대교구’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 마리아 주교좌성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종교 인구는 약 70퍼센트가 무슬림이며, 그리스도교 신자 비율은 26퍼센트다. 이 가운데 정교회 신자가 대다수를 이루며 가톨릭 신자는 약 120만 명으로 소수다.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직원들에게 인사하는 교황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직원들에게 인사하는 교황

전쟁을 반대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발자취를 따라서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의 설명처럼 다양한 종교·문화 안에서의 ‘대화, 만남, 평화의 모색’은 이번 해외 사도 순방의 핵심 주제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두 번째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교황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1년 전 미국 국방부 건물과 뉴욕의 쌍둥이 빌딩에서 테러가 발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카자흐스탄 순방을 감행한 바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핵 재앙의 위협과 함께 전쟁은 가장 두려운 망령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내전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4번의 연설과 1번의 강론이 예정된 이번 카자흐스탄 해외 사도 순방 기간 동안 교황은 이 광기에 대한 해독제로 중앙아시아의 심장에서 다시 한번 ‘보편적 형제애’를 강조할 것이다. 이는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가르침이며 이번 외교 임무의 핵심이자 세계를 향한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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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9월 2022,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