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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에서 폐막 연설을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에서 폐막 연설을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분쟁을 종식하고 평화에 봉사하는 사람은 역사에 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5일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 폐막 연설에서 다양한 종교를 대표하는 이들이 참여한 최종선언문의 핵심을 다시 한번 짚었다. 교황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증오와 분열의 사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라고 초대하는 한편, 종교 간 대화는 인류에 대한 시급하고 대체할 수 없는 봉사라고 말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정숙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 길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15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의 폐막 연설을 시작하면서 이 같이 대회의 의미를 요약했다. 최종선언문 낭독 후 교황은 최종선언문을 인용하며 다시 한번 그 요점을 강조하는 한편, 오늘날의 세계와 인류의 선익을 위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평화와 일치를 위한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교황은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가 이룬 여정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에 더하여 전쟁의 무의미한 광기로 악화된 이 어려운 시기에” 대화와 나눔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다.

“증오와 분열의 사례가 너무 많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대화가 너무 부족합니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이는 훨씬 더 위험하고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대규모 불평등으로 인해 우리가 하나인 동시에 분열되고,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갈갈이 찢어진다면 인류 가족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평화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자신을 되찾기 위한 섭리

교황은 이번 순방의 표어인 “평화와 일치의 전령들”을 떠올렸다. 이어 이 대회가 “민족들 간의 대화와 화합”에 이바지하기 위한 종교 지도자들의 공동 여정에 중요한 단계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종교를 갈등의 요인으로 만들 위험이 있는 테러 폭력을 부추기는 선동적인 분위기에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 테러, 극단주의, 급진주의, 신성함을 가장한 민족주의는 여전히 종교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조장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는 우리가 다시 한번 뭉쳐서 양도할 수 없는 종교의 참된 본질을 재확인하는 것이 섭리로 증명된 것입니다.”

인디펜던스 궁의 프란치스코 교황
인디펜던스 궁의 프란치스코 교황

정치와 종교

교황은 제7차 대회가 선언한 바와 같이 극단주의, 급진주의, 테러리즘 등의 동기는 참된 종교 정신과 무관하며 “가능한 한 가장 단호한 용어로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호 존중과 이해는 모든 종교적 가르침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를 위한 만남의 이상적인 장소가 카자흐스탄이라고 말했다. 하늘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바탕에 독수리가 그려진 카자흐스탄 국기는 정치와 종교의 역할은 물론 분열의 혼돈을 피하고 “정치와 종교 간의 건전한 관계를 보존할 필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아울러 교황은 초월이 무한을 갈망하는 인간에게 필수적이라면서도 “권력으로 변질되려는 유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가장 높은 열망은 공공생활에서 배제하고 사적인 영역으로만 밀어낼 수 없기 때문”에 정치와 초월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신의 신앙이나 신념을 정당하게 표현하려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앙 때문에 박해와 차별을 받고 있습니까! 우리는 전쟁과 군사적 충돌로 인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침해되거나 극단주의자와 테러범에 의해 폭력을 당하는 종교 단체와 민족 공동체에 대한 지원을 정부와 관련 국제기구에 끈질기게 호소해 왔습니다.”

종교 간 대화는 인류에 대한 봉사입니다

교황은 종교 자유가 모든 이에게 구체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모든 인간의 신성한 존엄성을 끊임없이 선포”하고 “인류 가족의 일치”와 모든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까닭에 교황청은 특히 종교간대화부를 통해 이 대회가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종교 간 대화의 길은 평화와 평화를 위한 공동의 길이고, 따라서 반드시 필요하고 되돌릴 수 없기에 앞으로도 대회가 계속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종교 간 대화는 더 이상 단순한 편법 같은 게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에 대한, 만물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영광을 돌리는 것에 대한 시급하고 대체할 수 없는 봉사입니다.”

평범한 이들의 선익

21년 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의 모든 길은 인간에게로 통하며” 바로 그 인간이 “교회가 따라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인간은 모든 종교의 길이기도 하다”며, 바로 이 인간의 선익을 구해야 할 의무를 상기시켰다.

“그렇습니다. 구체적 인간,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약해지고, 전쟁으로 지치고, 무관심으로 상처입은 인간 말입니다! 연약하고 놀라운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주가 없으면 사라지고, 타인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기리 전에 전략적·경제적 목표나 국가, 에너지, 군사적 이익보다 인류의 선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선택을 하려면 어린이·젊은이와 그들의 미래, 노인과 그들의 지혜, 평범한 이와 그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살펴야 합니다.”

초월과 형제애

교황은 인간이 언제나 환대를 받아야 한다며, 결코 버려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의 미래”를 빚어내는 가정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모든 인간에게 있어 위대한 종교와 지혜의 전통은 ‘초월’과 ‘형제애’라는 공동 영적 유산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다양한 예배 장소에서 “우리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숨은 힘”인 기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형제애와 관련해 “피조물을 사랑하지 않고는 창조주께 대한 진정한 신앙고백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평화는 형제애에서 나옵니다

교황이 강조한 세 단어 ‘평화, 여성, 젊은이’는 제7차 세계·전통종교지도자 대회의 최종선언문에 생기를 불어넣는 확신이다. 교황은 ‘평화’와 관련해 “모든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과 대결의 온상이 오늘날 필연적으로 해로운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평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평화는 형제애에서 나옵니다. 평화는 불의와 불평등에 맞서 싸우면서 성장합니다. 평화는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 때 이룩할 수 있습니다.”

“만물의 창조주를 믿는 우리는 평화적 공존의 최전선에 서야 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증거하고, 평화를 선포하고, 평화를 호소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대회의 공동선언은 세계 지도자들이 모든 분쟁과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고,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수사를 그만두라고 촉구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리고 인류의 선익을 위해 여러분께 간청합니다. 무장이 아닌 평화를 위해 일하십시오! 평화에 봉사해야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입니다.”

여성에게 더 많은 책임을 줍시다

두 번째 단어는 ‘여성’이며, 평화와 직결돼 있다. “왜냐하면 여성은 세상에 돌봄과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그 자체로 평화를 향한 길입니다.” 교황은 여성의 존엄과 사회적 지위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도 더 큰 직책과 책임을 맡아야 합니다. 여성이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면 얼마나 많은 재앙적인 결정을 피할 수 있었겠습니까! 여성이 점점 더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젊은이를 염두에 두는 세상

세 번째 단어는 ‘젊은이’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현재와 미래에 평화와 일치를 가져오는 전령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배하고 착취하는 오늘날의 논리는 젊은이들이 거부하는 “낡은 세상을 그리고 있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 간의 상호 수용 그리고 서로 존중하는 공존을 강화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파괴의 무기가 아닌 교육의 기회를 젊은이들의 손에 쥐어줍시다! 그들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염두에 두고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교황은 카자흐스탄의 특별한 다종교와 다문화주의가 “우리에게 미래의 본보기를 보여준다”며 연설을 끝맺었다. “하늘의 자녀, 희망의 방직공, 화합의 장인으로서 함께 이 땅에서 걸으며 이렇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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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9월 2022,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