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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카자흐스탄 사도 순방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자흐스탄 사도 순방  (Vatican Media) 사설

교황과 평화의 길... 헬싱키 정신으로 돌아가 모든 이가 대화에 나서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4일 카자흐스탄 정부 당국자들과의 만남에서 세계가 다시 한번 빠져들고 있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ANDREA TORNIELLI / 번역 박수현

“지금은 경쟁 심화와 적대 진영 강화를 중단해야 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상호 이해와 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 세대를 위해 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다자주의를 강화하겠다는 결단력, 곧 새로운 ‘헬싱키 정신’을 낳을 수 있는 국제 차원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세상의 미래를 우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류 멸망을 부채질하는 군사력 증강의 무시무시하고 맹목적인 논리에 굴하지 않고 이 같이 평화를 향한 구체적인 길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군사 동맹, 경제 식민화, 국제 열강들의 저항하기 힘든 무력이라는 낡은 논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2001년 9월 인류 역사상 비극적인 9.11 테러를 두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폭력과 테러를 정당화하려는 행태를 없애라고 호소했다. 같은 도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975년 동서 간의 구체적인 대화 국면으로 이끈 헬싱키 협약의 정신을 새롭게 하라고 요청했다. 21년 전, 곧 뉴욕의 ‘쌍둥이 빌딩’으로 유명한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이 있기 몇 달 전,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모스크에 맨발로 들어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호소는 주로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산발적 싸움”의 형태가 아니게 되어버린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는 주로 국가 지도자, 특히 강대국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비엔나(빈) 회의 이후 처음으로 교황청이 온전히 참여하게 된 헬싱키 협약은 미국과 구소련 그리고 사실상 모든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35개국이 서명했다. 협약의 원칙 중에는 주권 인정, 무력 사용 중단, 분쟁의 평화적 해결, 영토 불가침 및 영토 보전, 인권 및 종교 자유, 민족 자결권 등이 포함돼 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 이후 불붙었던 많은 희망이 점차 사그라지는 최근의 역사를 살펴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관점의 긴요한 관련성과 대담함을 이해할 수 있다. 교황이 제시한 길은 모든 이가 서로 이해하고 인내하며 대화함으로써 지날 수 있는 길이다. 교황은 누르술탄에서 정부 당국자들과 외교사절단들에게 한 연설에서 의도적으로 “모든 이에게 반복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넘었고 러시아의 폭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와중에 “대화”와 “협상”과 같은 단어는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거북하고 심지어 신성모독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화와 만남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을 강조한 교황의 호소는 특히 “세상에서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특히 불안과 갈등을 가장 많이 겪는 나라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의 강대국들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이익만을” 바라보지 말라는 초대다. 그것은 또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더 이상 “전쟁의 책략”이 아니라 교황 스스로 “평화의 계획”이라 부른 것을 마침내 실현하라는 초대이기도 하다. 전쟁은 재무장 경쟁이라는 광기의 산물이자 구시대의 유산이다. 모든 이가 이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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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9월 2022,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