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기도] “‘기회가 되면 나타나는 그리스도인’은 안 됩니다. 일상에서 복음을 살아내야 합니다”
레오 14세 교황
삼종기도
성 베드로 광장
2025년 7월 6일, 주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루카 10,1-12.17-20)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저마다 받은 고유한 소명에 따라, 주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마련해 두신 그 자리에서 사명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십니다(1절 참조). 이 상징적인 숫자는 복음의 희망이 온 세상 모든 민족을 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마음의 무한한 넓음이요, 풍성한 수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자녀가 그분 사랑의 품에 안기고 구원의 은총을 받도록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일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2절).
하느님께서는 씨 뿌리는 농부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에 나아가 씨를 뿌리셨습니다.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과 역사의 흐름 안에 무한을 향한 갈망, 참된 삶을 향한 목마름, 자유롭게 하는 구원을 향한 간절함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수확할 것이 넘쳐나고, 하느님 나라는 씨앗이 땅에 뿌리내리듯 움트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온갖 일에 쫓기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더 큰 진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고 있고, 정의를 갈망하며, 영원한 생명을 향한 목마름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씨 뿌리신 밭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일꾼은 드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의 눈으로 익어가는 곡식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이가 적습니다(요한 4,35-38 참조). 주님께서 우리 삶과 인류 역사 안에 이루려 하시는 놀라운 일이 있지만, 이를 깨닫고 걸음을 멈춰 그 선물을 받아들이며, 이를 선포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신앙을 명찰처럼 겉에만 달고 종교적 의무를 형식적으로 채우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선교 현장에서 기꺼이 땀 흘리려는 일꾼들, 어디에 있든 하느님 나라를 온몸으로 증언하는 사랑에 빠진 제자들입니다. 때로는 종교적 감정에 젖어들거나 가끔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면 나타나는 그리스도인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하느님의 밭에서 수고하며, 마음에 복음의 씨앗을 가꾸고, 이를 일상의 삶터와 가정, 일터와 배움터, 온갖 사회적 만남의 자리에서, 그리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기꺼이 나누어주려는 사람은 정말 적습니다.
이런 삶을 위해서는 사목에 관한 복잡한 이론들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수확할 밭의 주인에게 기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가장 소중한 것은 주님과의 살아있는 관계입니다. 그분과의 깊은 대화를 날마다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빚어주시고, 하느님 나라의 증인으로서 이 세상이라는 넓은 밭으로 보내주실 것입니다.
기꺼이 “예,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응답하시며 구원 사업에 온몸으로 참여하신 동정 성모님께 청합시다. 우리도 하느님 나라의 기쁜 일꾼이 되도록 우리를 위해 전구해주시고, 주님을 따르는 이 길에서 언제나 함께 걸어주시기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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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종기도 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로마 신자들과 이탈리아 및 세계 각국에서 오신 순례자 여러분 모두에게 사랑을 담아 인사를 전합니다. 이토록 무더운 여름철에 희년 성문을 통과하려는 여러분의 발걸음이 정말 용감하고 아름답습니다!
특별히 성심의 프란치스코 선교 수녀회, 폴란드 스트지주프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 레그니차 신자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 단체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로마노 디 롬바르디아, 멜리아(레조 칼라브리아), 사사리에서 오신 순례자들과 피렌체교구 라틴아메리카 공동체에게도 반가운 인사를 전합니다.
영어권 순례자들에게도 인사드립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과달루페 강 홍수로 인한 재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특히 여름캠프에 참가했던 딸들을 잃은 모든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평화는 모든 민족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요, 전쟁으로 짓밟힌 이들이 피를 토하며 외치는 절규입니다. 주님께서 통치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그들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으시어, 무력 대신 대화의 길을 모색하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오늘 오후 저는 카스텔 간돌포로 떠나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영육 간의 건강을 회복하는 은총의 휴가 기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모두 행복한 주일 보내십시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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