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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9 il cardinale George Jacob Koovakad in Bangladesh per l’incontro Promoting a Culture of Harmony 2025.09.09 il cardinale George Jacob Koovakad in Bangladesh per l’incontro Promoting a Culture of Harmony 

교황, “종교 간 대화는 평화 건설의 공동 사명”

레오 14세 교황이 9월 6-12일 방글라데시에서 열리는 종교 간 회의 참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형제자매 간의 조화 문화 증진”을 위한 종교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서로 다른 신앙 전통을 가진 이들이 우정과 대화로 만날 때 분열과 증오에 맞서 함께 설 수 있다며, 특히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공동 봉사가 종교 간 우정의 참된 척도라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종교 간 회의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2025년 9월 6-12일

 

방글라데시 종교 간 회의에 참석하신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 모두의 마음에 오직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이 평화는 “무력을 쓰지 않으면서도 무력을 내려 놓게 하고, 겸손하면서도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또 “세상 누구보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언제나 가까이 다가서려 하고, 끝없이 사랑을 추구하는”(「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교황의 첫 강복」, 2025년 5월 8일) 평화이기도 합니다.

이번 모임 주최 측이 “형제자매 간의 조화 문화 증진”이라는 주제를 선택해 주셔서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이 주제엔 서로 다른 종교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형제애로 마음을 열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뜻이 잘 묻어납니다. 더 나아가, 이 주제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태어나 하나의 인류 가족임을 믿는 신념, 그리고 그 공동의 뿌리와 목적을 되새기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 1965년 10월 28일, 1항 참조). 우리는 모두 그분의 자녀이기에 자연스럽게 형제자매이기도 합니다. 한 가족으로서 조화와 평화의 문화를 함께 키워 나갈 책임과 기회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문화”라는 말을 두 가지 방식으로 새겨보고 싶습니다. 첫째, 문화는 각 민족의 정체성을 빚는 예술과 사상, 사회 제도와 같은 다양한 유산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문화는 사람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비옥한 환경, 일종의 자양분이 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생태계에서 수많은 식물이 어우러져 자라듯, 건강한 사회문화도 서로 다른 공동체가 조화롭게 번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문화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진리의 햇살과 사랑의 물, 자유와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이 있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역사의 여러 고통스러운 순간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조화의 문화를 등한시하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평화의 숨통을 조이고 맙니다. 그럴 때마다 의심이 뿌리내리고, 고정관념이 굳어지며, 극단적인 생각이 우리 안에 두려움을 퍼뜨리고, 마침내 분열을 낳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종교 간 대화의 동반자가 되어 서로 힘을 모은다면, 마치 정원사처럼 이 형제애의 밭을 함께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대화의 열매를 맺고, 편견이라는 잡초를 뽑아내려고 힘쓰는 것입니다.

사실, 오늘 여러분이 한자리에 모인 이 순간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메시지입니다. 신념이나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결코 떨어져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정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마주하고, 인류를 오랜 세월 아프게 했던 분열과 증오, 폭력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불신의 씨앗을 뿌릴 때, 우리는 신뢰를 택합니다. 누군가가 두려움을 조장할 때, 우리는 이해의 길을 걷습니다. 또 서로의 차이를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다리로 받아들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평화를 위한 종교 간 만남, 2017년 12월 1일 참조).

진정한 조화의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삶을 체험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일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말한 것처럼,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야고 1,27 참조)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종교 간 우정이 얼마나 진실한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을 위해 함께 힘쓰려는 마음에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연대의 사례를 여러 번 보여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이 자연재해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함께 기도하고 힘을 모은 모습이 그 증거입니다. 이런 행동들이 신앙과 신앙 사이, 생각과 실천 사이,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더 넓은 인류 사회에서도 서로를 의심하기보다 신뢰하고, 고립되어 있던 이들이 함께 협력하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 이런 경험은 각 공동체가 분열을 조장하는 목소리에 맞서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우리가 선한 일을 위해 함께 손을 잡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상에 증오와 공격을 조장하려는 어떤 힘보다도 더 강력한 해독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대화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때, 평화가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꿈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습니다.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소중한 임무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저는 가톨릭 교회가 여러분과 함께 이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나누고 싶습니다. 때로는 오해나 과거의 상처가 우리의 걸음을 늦출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를 격려하고 인내하면서 함께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함께하는 토론 하나, 공동체 봉사 활동, 함께 나누는 식사, 그리고 타 종교 이웃에게 보내는 친절 하나하나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언급하신 “사랑의 문명”을 쌓아가는 소중한 벽돌이 될 것입니다(2001년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 참조).

여러분 모두에게 형제애적 사랑과 기도를 약속합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각자와 가정, 그리고 모든 공동체에 함께하길 빕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나라도 조화와 평화가 날로 깊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형제애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우리 세상 또한 하느님의 축복 안에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바티칸에서, 2025년 8월 28일

교황 레오 14세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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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월 2025, 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