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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치 대주교가 집전한 로마 마라톤 대회 참석 선수들을 위한 미사 파가치 대주교가 집전한 로마 마라톤 대회 참석 선수들을 위한 미사 

파가치 대주교, 로마 마라톤 대회 미사 집전… “희망의 재충전”

‘로마 마라톤 대회’ 전날인 3월 16일 교황청 문화교육부 교육 부서 차관 조반니 체사레 파가치 대주교가 캄피돌리오에 위치한 아라 첼리 대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했다. 약 4만 명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석했다. 마라톤 대회 우승컵은 뇌종양에서 회복된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 마라톤 선수 줄리아에게 돌아갔다. “저는 초보 수준의 남녀 선수들을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

Vatican News

“인생의 마라톤을 훌륭하게 완주하려면 ‘달리는 중’에도, 가장 평범한 날에도 기회를 포착하는 법을 배우며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재충전 지점을 거쳐야 합니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교육 부서 차관 조반니 체사레 파가치 대주교가 마라톤 선수의 언어로 스포츠 경험의 구체성을 충만한 실존에 비유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바티칸 체육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로마 마라톤 대회’ 전날인 3월 16일 저녁, 캄피돌리오에 위치한 아라 첼리 대성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가운데 “마라톤 선수와 스포츠맨의 미사”가 거행됐다. 3월 17일 오전 열린 로마 마라톤 대회는 4만여 명이 참가해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스포츠 행사로 기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 17일 사순 제5주일 삼종기도 후 이번 대회의 연대적 측면을 강조했다. “스포츠와 형제애의 전통적 축제인 로마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을 기쁘게 환영합니다. 올해도 바티칸 체육협회의 주도로 많은 선수가 나눔의 증인이 되어 ‘연대의 릴레이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영육의 “재충전”

열렬한 스포츠 애호가이기도 한 파가치 대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음식과 수분 섭취가 마라톤 선수에게 기본이라면서,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식하거나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라톤의 길, 인생이라는 마라톤 여정에 재충전의 지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유혹에 대해 경고했다. 파가치 대주교는 자신의 힘만 믿고 몇 초를 만회하기 위해 재충전의 지점을 건너 뛰고 달리다가 마지막에 힘이 부족해 경기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가치 대주교는 “마라톤 경주를 하는 동안 우리는 결혼식 피로연이나 성탄 만찬을 하는 게 아니”라면서 달리는 동안 음식과 수분 섭취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희망과 용기를 키워나가기 위해 굳이 성탄절 잔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잔치가 매일 열리지 않기 때문에 권태와 절망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평범한 날에도 기회를 포착하는 법을 배우며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재충전 지점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가치 대주교는 “희망의 재충전”과 관련해 그것이 지하철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의 미소일 수도 있고 “비위에 거슬리는” 직장 동료의 친절한 행위일 수도 있으며 혹은 남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아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가치 대주교는 마라톤 선수들에게 “서로를 응원”하는 상호 격려 방식을 권고하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스포츠,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

마라톤 선수 출신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한 이번 미사에서는 프로 및 아마추어 선수, 코치들이 전례 독서와 보편 지향 기도를 맡았다. 보편 지향 기도는 특히 스포츠가 평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할애됐다. 미사 말미에는 “마라톤 주자의 기도”를 바쳤다. 파가치 대주교는 42.195킬로미터를 달리기 위한 “마음의 이유”를 종이에 적은 마라톤 주자들을 축복했다.

최종 우승컵은 줄리아에게

파가치 대주교는 3월 17일 콜로세움에서 열린 ‘로마 마라톤 대회’ 시상식에서 바티칸 체육협회가 스포츠로 병을 이겨낸 줄리아 크바세코에게 수여한 최종 우승컵을 축복했다. 올해 50세인 미국인 선수 줄리아는 마라톤 선수들이 목표 달성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로 달렸다. 줄리아는 마라톤 우승컵이 표현하는 끈질긴 희망과 재활에 대한 의지의 산증인이다. 줄리아의 내면에서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촉발시킨 것은 매우 심각한 질병이었다. 1998년 4월 2일 줄리아는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시 24세였던 그녀는 생존 확률이 30퍼센트에 불과했고, 다시 걸을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희박했다.

줄리아는 다음과 같은 사연을 들려줬다. “1999년 11월 7일, 저는 뉴욕 마라톤 코스에서 16마일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 입원했습니다. 당시 수술을 받고 휠체어에 앉아 회복 중이었는데 마라톤의 ‘물결’이 흐르는 것을 봤습니다. 그게 뭔지도 몰랐지만 갑자기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서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을 다시 배우고 마침내 센트럴 파크 순환코스 6마일을 완주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저는 결코, 결단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제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저는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며 제게 힘을 주시도록 높은 곳에 계신 분께 계속 간청했습니다.”

우승자 줄리아에게 시상된 우승컵
우승자 줄리아에게 시상된 우승컵

우크라이나에서 뉴욕, 로마까지 이르는 여정

2007년 뉴욕에서 줄리아는 자신이 입원해 있던 병원의 기금 마련을 위해 첫 번째 마라톤 경주에 참가했다. 로마 마라톤 대회에서는 배번호 305번을 달고 달렸다. “저는 초보 수준의 남녀 선수들을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 아울러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이 스포츠에 무언가를 돌려줄 수 있어 기쁘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휠체어에 앉아 마라톤 경주를 지켜보며 언젠가 뛸 수 있는 힘이 생기길 기도하던 젊은 시절 저의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2024년 4월 2일, 저는 투지, 인내, 결단력, 불굴의 의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헌신을 지닌 건강한 상태로 수술 26주년을 맞이할 것입니다!”  

로마는 줄리아의 삶의 일부가 된 도시다. 1974년 당시 소련연방에 속했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녀는 7살이었던 1981년 로마를 거쳐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로마에서 6개월 동안 가족과 함께 살면서 미국 입국 허가 서류를 기다렸다. “로마는 저에게 특히 소중한 도시입니다.” 그녀는 흥분하며 이 같이 말했다. “1981년 그 시절로 돌아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로마의 돌바닥길을 걸어가는 기쁨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역사와 기억을 담은 2024년 최종 우승컵은 로마 출신 예술가 바르바라 살부치가 제작한 것으로, 언제나 다시 태어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회복력을 표현하고 있다. 로마 바로크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위로 뻗은 날개는 꿈과 창의성,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영적 상승의 움직임 속에서 자유와 한계,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량을 말해준다. 날개는 모든 장벽을 상징적으로 극복하고, 도달할 수 없어 보이는 거리를 단숨에 날아가며, 예기치 못한 목표를 향해 날아오른다. 이는 인생과 스포츠에서 자주 관찰되기도 한다. 줄리아의 경우처럼 말이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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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3월 2024,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