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치와 평화의 길을 걷는 레오 14세
Andrea Tornielli
지난 2005년 독일의 쾰른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지난 2013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랬듯이, 레오 14세 교황 또한 전임 교황이 결정한 목적지인 튀르키예의 이즈니크(니케아)가 첫 번째 사목 방문지가 됐다. 제1차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이즈니크는 필수 방문지다. 그리고 전쟁과 지병으로 인해 지키지 못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통받는 레바논을 방문한다.
교황의 첫 번째 사목 방문은 그의 교황 재임 기간을 특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지난 1964년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아테나고라스 1세 세계 총대주교와 서로 얼싸안았던 역사적인 예루살렘 순례를 했던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멕시코의 푸에블라를 방문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랬고, 브라질을 방문해 수많은 젊은이를 껴안은 바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그랬다.
이제 곧 시작되는 교황의 사목 방문은 튀르키예의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니크를 거쳐 레바논의 베이루트로 이어지는데, 이는 묘한 우연의 일치로 교황 재위 초기 몇 달 동안 드러난 두 주요 축, 곧 일치와 평화라는 중요한 두 축의 지리적 통합처럼 제시한다.
일치는 첫 여정의 핵심으로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선포함으로써 교회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공의회를 기념하게 된다. 니케아 공의회와 동시에,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고통이 생겨나고 있는 분열한 교회의 상처를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다. 하나의 교회였던 때,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를 통일하기 위해 거행되었던 공의회의 생생한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은 희망의 표시다.
교회의 일치, 교회 간의 일치, 교회 일치의 대화와 복음과 교부들과 초기 공의회들의 원천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으로써 우리 자신을 상처받도록 맡기는 방식이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믿는 이들의 일치는 복음 선포뿐만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지닌다.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을 하셨던 바로 그 땅에는 여전히 평화가 필요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 평화가 필요하며, 헤즈볼라 무장 세력에 맞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레바논에도 평화가 필요하다. 교황의 두 번째 여정은 수많은 이의 목숨, 특히 민간인과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으로 얼룩진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말씀으로 세상에 교황의 첫인사를 했던 교황은 교황직을 시작하면서 수십 년 동안 평화를 알지 못했던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교황은 최근 며칠 동안에도 폭탄의 불길한 굉음이 울려 퍼지는 곳에 전쟁, 증오, 폭력의 불가피성에 반대한다는 무장 해제된 그의 증언을 전하러 간다. 교황은 그 나라와 이웃 나라에 살며 고국을 떠날 수도 있는 상황에 부닥친 그리스도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다른 종교인과의 형제애와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그들의 증거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기 위해 찾아간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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