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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US-DIPLOMACY-UNGA UN-US-DIPLOMACY-UNGA  (AFP or licensors)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 유엔 연설: 모호하지 않고 분열을 초래하지 않는 언어를 통한 대화와 외교에 기반한 효과적인 다자주의 원칙 강조

지난 9월 29일, 유엔 총회에서 성좌 외무장관 갤러거 대주교는 연설을 통하여 국제 공동체가 다자주의 원칙에 기반한 외교와 대화를 통해 인류의 평화, 발전 및 인권 증진에 힘써주길 호소하면서 군비축소, 국제인도법, 인간의 존엄성, 창조물 보전, 인공지능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Vatican News – Stefano Han

 

2025년 9월 29일, 성좌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80차 유엔 총회 개회식에서 올해 유엔 총회 일반 토론의 주제인 “더 나은 함께: 평화, 발전, 인권을 향한 80년과 그 너머(Better Together: 80 years and more for peace, development and human rights)”에 대한 연설을 했다.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는 2025년에 국제법상의 한 주체인 성좌를 대표하여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의 연설은 더욱 뜻깊다. 왜냐하면 그 창설 이후 유엔의 기능 및 규칙 기반 질서에 근거한 다자주의 약화라는 도전 속에서 이루어진 연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갤러거 대주교가 성좌를 대표하여 유엔에서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이 국제기구에서 성좌가 지닌 상임 옵서버 지위에 근거한 것이다.

뉴욕 유엔 주재 성좌 대표부는 세기를 거치며 축적된 가톨릭교회의 경험을 인류에게 전하며, 이 경험을 유엔이 평화, 정의, 인간의 존엄성, 인도주의적 협력 및 지원을 실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성좌의 경험과 활동은 모든 신앙인의 자유를 얻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인간의 초월적 본성에 근거하고 형성된 권리, 즉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서 신앙의 여정과 하느님에 대한 탐구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권리 보호를 증진하려 노력하고 있다. 성좌의 유엔 대표부는 유엔에서의 활동을 통해 종교의 자유와 모든 인간 생명의 신성함(수태부터 자연사까지)을 존중하고 진정한 인간 발전의 모든 측면을 증진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에는 예를 들어 결혼과 가정, 부모의 주요 역할, 적절한 고용,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대,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근절, 빈곤 퇴치, 식량, 기본 의료 및 교육 등이 포함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엔에서 성좌는 자발적으로 정회원국이 아닌 상임 옵서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로 성좌가 특정 정치 문제에 대해 절대적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좌가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 원칙에 근거한 국제기구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목적, 또 이렇게 참여하는 성좌에 대하여 여러 국가가 기대하는 것은 성좌가 그 본질과 전통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것, 즉 국가들의 삶과 상호 관계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방향성과 영적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대 교황들 가운데 최초로 유엔을 방문하신 분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이시다. 교황께서는 1965년 10월 4일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방문하시어 그 유명한 프랑스어 연설을 하셨다: "더 이상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결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민족들과 인류 전체의 운명을 이끌어야 할 평화, 평화가 있어야 합니다! ( jamais plus la guerre, jamais plus la guerre! C'est la paix, la paix, qui doit guider le destin des peuples et de toute l'humanité!).”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79년 10월 2일과 1995년 10월 5일에 유엔을 방문하셨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2008년 4월 18일에 유엔을 방문하셨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5년 9월 25일에 유엔을 방문하셔서 연설하셨다.

성좌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 연설문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반부는 국제 공동체의 주요 주제들에 대한 성좌의 의견과 방향성이 제시되어 있고 후반부에는 현재 세계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별한 상황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에는 후반부 내용 가운데에서 각 지역의 구체적인 상황들에 대한 부분은 게재되어 있지 않다. 다만 현재 국제 공동체가 공동으로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요구되는 다자주의 원칙에 대한 연설 부분과 국제 공동체가 유념해야 할 참된 외교의 방법인 대화 방식, 곧 “모호하지 않고 분열을 초래하지 않는 언어”가 요구된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은 게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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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 연설문이다:

 

제80차 유엔 총회 개회 고위급 회기 일반 토론에서 행한
성좌 외무 장관 겸 성좌 사절단장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 연설
2025년 9월 29일, 뉴욕

 

“더 나은 함께: 평화, 발전, 인권을 향한 80년과 그 너머(Better Together: 80 years and more for peace, development and human rights)”

 

존경하는 의장님,

저는 교황 레오 14세의 따스한 인사와 축복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국가대표님께 전하며, 의장님께서 이번 총회를 이끌게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시작하면서, 저는 지난 4월 선종하신 교황 프란치스코께 경의를 표해 주신 총회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선출되셨을 때, 세상에 전하신 첫 말씀은 “모든 이에게 평화가 있기를! [...] 무장하지 않고, 또 무장 해제하며,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1]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쟁과 분쟁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교황님은 평화를 자신의 첫 번째 메시지로 삼으셨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올해 유엔 총회 일반 토론의 주제인 “더 나은 함께: 평화, 발전, 인권을 향한 80년과 그 너머”는 전 세계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지속적인 다자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주제는 특히 올해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국제 공동체는 [올해] 1945년에 창설된 유엔 80주년을 기념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념의 순간은 유엔이 추구하는 국제 평화, 발전, 그리고 보편적 인권의 핵심 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은 점점 더 분열하는 세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국제 공동체가 분쟁을 예방하고 종식하며, 빈곤과 맞서 싸우고,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 장엄하게 선포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취하는 것은 본질적입니다. 이는 유엔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고립주의는 예측 불가능한 불안정으로 이어지지만, 일치는 책임 있는 회복력과 공동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 심각한 기후 위기,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빈곤 심화가 새로운 국제적 연대를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유엔은 변화된 세계에 적응하고, 어떤 국가도 단독으로 대처할 수 없는 환경 파괴와 기술 혁신과 같은 새로운 위협에 맞서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대표자들로서, 우리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공동의 인류로 형제애, 연대성, 그리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살도록 불렸습니다. 가톨릭교회의 변함없는 가르침을 따라, 성좌는 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되기를 원하며, 평화가 갈등을 이기고, 정의가 불평등을 이기고, 법치가 권력을 이기고, 진리가 진정한 인간 번영의 길을 밝혀주는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점점 더 커지는 도전에 직면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평화, 정의, 그리고 진실이라는 근본적인 기둥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더욱 공평한 미래를 건설하면서 이러한 기둥들을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평화
평화는 질서 있고 가치에 기반한 사회에 있어서 보편적이며 근본적입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단순히 적대 세력 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평화는 상호 존중과 인류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정의와 사랑에 기반한 질서 확립을 요구합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평화에 대하여 묘사하시기를 그것은 “문화적 배경과 종교적 소속과 관계없이 우리 각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책임을 지우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선물로서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노력을 요구합니다. 평화는 교만과 복수를 뿌리 뽑고, 언어를 절제하는 가운데 마음속에서,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건설됩니다. 왜냐하면 무기로만이 아니라 말로써도 상처 주고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3]

평화롭고 번영하는 사회는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질서를 회복하려는 매일의 항구한 헌신을 통해 건설될 수 있으며, 이는 각 개인이 평화 증진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완수할 때 더 성장합니다. 갈등과 폭력을 예방하고 가정과 다양한 사회 집단을 거쳐 정치 공동체 전체로 평화가 확장될 수 있으려면 평화가 각 개인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국제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정한 평화의 문화는 정의에 대한 존중이 함양되는 환경에서만 가능하고 발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만일 개인의 안녕이 보장되지 않고, 사람들이 서로 신뢰를 갖고 자유롭게 내면의 정신적 부와 재능을 나누지 않으면 평화는 지상에서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4]

평화 구축은 대화와 화해를 위하여 증오와 복수를 거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평화의 장인이 되어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처럼 시급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는 소수만이 아닌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5] 성좌는 비폭력적 수단으로 분열을 극복하는 다리를 놓는 이들을 칭송합니다. 그들의 용감한 행동은 형제애로 향하는 길을 밝히 비추며, 이를[형제애를] 통해 모든 이가 만남의 문화 속에서 평화의 장인이 되도록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분열보다 외교를 우선시해야 하며, 전쟁 수단에서 정의와 대화,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이들이 처한 조건 개선을 촉진하는 사업으로 자원을 전환해야 합니다. 성좌는 빈곤과 기아를 근절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군사비 지출의 일부로 조성되는 국제적 기금에 대한 제안을 새롭게 합니다. [6] 이는 항구한 평화를 위한 필수적인 토대입니다.

군비 축소
평화 달성을 향한 첫걸음 중 하나는 신뢰 구축입니다. 대규모 군사력 증강은 새로운 위협을 조성하고 사람들의 두려움을 증폭시켜 이러한 목표를 저해합니다. 실제로 "진정한 군축 없이는 평화는 불가능하며, 모든 국민이 스스로 방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재무장 경쟁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됩니다.”[7] 2024년에는 전례 없이 2조 7,200억 달러에[8] 도달했던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지속적인 증가는 폭력과 분열의 악순환을 영구화시키고, 빈곤층과 취약 계층에게 절실히 필요한 자원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군축은 단순히 정치적 또는 전략적 필요성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의 신성함과 인류의 상호 연결성에 대한 인정 속에 근거한 도덕적 명령입니다. 여러 국가가 국제 군축 조약에서 탈퇴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성좌는 국제 공동체가 다자간 군축 협정을 추진하고 재래식 및 핵무기 보유량을 감축하며,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공동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신뢰 구축 조치를 증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 것을 긴급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성좌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O), 그리고 핵무기금지조약(TPNW) 당사국들이 법적 체계를 완전히 이행하고 강화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더 나아가 핵무기 보유국들은 핵 비축량을 감축하고, 핵무기 현대화를 중단하며, 국가 간 신뢰 구축을 위한 투명한 대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조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목표로 삼아 교육, 의료지원,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자원을 재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핵무기의 생산과 비축은 인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자원을 파괴적인 무기로 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화에 대한 중대한 모독인 것입니다. 전 세계에는 1만 2천 개가 넘는 핵탄두가 있다고 추정되며, 그 폭발력은 1.5기가톤에 달하는데,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10만 개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최초 핵실험과 히로시마 80주년
올해는 1945년 최초의 핵실험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류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고 공동의 존재성이 지닌 취약성을 드러낸 이 사건들은 핵무기와 전면적인 군축의 시급한 필요성이라는 도덕적 명령을 강조합니다. 성좌는 핵무기 없는 세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핵무기에 대한 의존은 항상 불균형적이고 비도덕적입니다. 또한, 이러한 무기들의 파괴력과 관련된 위험을 고려할 때, 어떠한 정당하거나 합리적인 동기라도 그러한 무기 보유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성좌는 핵무기의 보유와 사용이 위험하며 인류에 대한 위협이자 심히 비도덕적이라고 확신하므로, 이를 “불법적인 전쟁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9]라고 단언하는 바입니다. 한편, “핵무기 위협에 대한 대응은 현재 지배적인 불신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힘들지만, 지속적인 상호 신뢰 구축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집단적 대응이어야 하는 것입니다.”[10]

국제인도법 존중
전쟁과 분쟁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국제 인도법에 대한 존중은 평화의 또 다른 기둥을 건설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무력 충돌 중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비전투원, 병원, 학교, 교회에 대한 공격은 중대한 전쟁 범죄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는 전쟁 무기로써 기아[배고픔]가 부당하게 사용되는 것을 절망적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11]

"불행하게 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로써 교전 당사자들 사이에서 모든 것이 합법적인 것은 아닙니다.”[12] 군인은 개인과 민족의 권리 또는 국제 인도법 규범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입니다. 그러한 행위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군 복무자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선의, 진실, 정의의 원칙을 수호할 전 세계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와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러한 상황에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13]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다음과 같이 탄식하셨습니다: "국제법과 인도법의 효력이 구속력을 잃고, 강자가 제약 없이 힘으로 타인을 강제하는 권리가 있다는 주장으로 대체되는 것을 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이는 우리 인간성에 반하는 것이며, 모든 인류와 각국 지도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수 세기의 역사가 지난 지금, 어떻게 전쟁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고, 전쟁을 자행한 자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14]. 성좌는 모든 국가가 제네바 협약을 존중하고 온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국제 인도법 원칙에 대한 교육, 군대 훈련, 그리고 그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좌는 인도주의 종사자들이 직면한 엄청난 도전들, 즉 그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접근 제한, 그리고 부족한 자원 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종교 자유와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박해
사상, 양심, 종교 자유는 평화의 또 다른 초석이지만, 종교적 소수자, 특히 그리스도교인에 대한 박해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그리스도교인들은 신체적 폭력, 투옥, 강제 이주, 순교를 포함하는 극심한 박해하에 있습니다. 3억 6천만 명이 넘는 그리스도교인들은 극심한 박해나 차별받는 지역에 살고 있고, 최근 몇 년 동안 교회, 가정,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한 공격이 심화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박해를 받는 집단이지만, 국제 사회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종교 자유는 단순히 박해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개인이 혼자서 또는 공동체 안에서, 공개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가르침과 실천, 예배와 의식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자유인 것입니다. 종교 자유는 다른 자유들도 포함하는데 여기에는 사상, 양심, 표현, 집회, 그리고 결사의 자유가 포함됩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인간 본성에 새겨진 종교 자유가 제대로 행사되려면 그 길에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실, 이성적 사고와 자유 의지를 부여받은 존재로서 모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은 진리를 추구할 도덕적 의무가 있으며, 진리를 알게 된 다음에는 그 진리를 따르고 그 요구에 따라 살아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15] 개인의 존엄성과 궁극적 진리를 추구하는 본성은 종교와 관련된 모든 제한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요구합니다. 사회와 국가는 남녀 그 누구에게도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됩니다.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인 「우리 시대」(Nostra Aetate) 선언 60주년
종교 자유는 종교 간 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전자는 국가의 책임이지만, 후자는 종교들의 책임입니다. 종교 간 대화에 대한 권력의 개입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종교 간 대화는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라 상호 존중, 정의, 그리고 평화를 향한 공동의 여정입니다. 종교적 극단주의, 문화적 양극화, 그리고 종종 오해들로 촉발된 갈등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이러한 대화는 도덕적 명령입니다. 다름을 분열이 아닌 풍요로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겸손, 열린 마음, 그리고 적극적인 경청에 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종교가 악용과 도구화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성좌는 종교 간 대화의 최전선에 있으며, 올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가톨릭교회와 비그리스도교 종교 간의 관계에 관한 획기적인 선언인 「우리 시대」(Nostra Aetate) 선언 60주년을 기념합니다. 1965년 10월 28일 공포된 「우리 시대」는 편견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모상과 유사성을 따라 창조된 모든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을 포용하라는 변혁적인 호소였습니다. 이는 특히 가톨릭과 유대교 관계에서 새로운 이해의 시대를 열었고, 모든 종교적 전통에 대한 존중을 촉진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 시대」의 원칙은 종교 간 만남에서부터 빈곤, 이주, 기후 변화와 같은 세계적 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에 이르기까지 대화, 화해, 협력을 위한 수많은 시도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정의: 존엄성 수호와 공동선 증진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다음과 같이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려면 정의롭게 행동해야 합니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좌는 부당한 노동 조건과 점점 더 분열하고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로 끌고 가는 수많은 불균형과 불의에 맞서 침묵할 수 없습니다. 대륙, 국가, 심지어 개별 사회 내부에도 깊은 분열을 일으키는 부와 빈곤 사이의 세계적인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16]

인간 존엄성
우리의 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인간 존엄성은 우리 모든 노력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각 개인의 존엄성은 본질적이며 편의나 상황에 좌우되지 않기에, 모든 정책, 법률, 그리고 행동에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원칙은 우리에게 전 세계 인류를 비인간화하고 분열시키는 모든 형태의 착취, 차별, 그리고 폭력을 거부하도록 요구합니다. 오히려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인간 기본권과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성좌는 국제 사회가 인간 존엄성이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여기에는 식량, 깨끗한 물, 주택, 의료혜택,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 사항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난민, 이주민, 그리고 신앙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이는 또한 모든 사람의 생명권을 수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쟁의 공포와 형제자매의 생사를 결정하며 전능함을 주장하는 자들의 결과를 목격한 유엔 창립자들은, 어떠한 권력도 인간 생명의 고유한 존엄성과 신성함 위에 설 수 없다고 정당하게 선언했습니다. 성좌는 임신부터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권리를 지지하고 증진하는 데 확고한 태도를 고수해 왔으며, 이는 다른 모든 권리의 행사에 있어 근본적인 전제 조건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성좌는 모든 형태의 인위적 낙태와 안락사의 불법성을 분명히 밝힙니다. 죽음의 문화를 조장하기보다는 자원을 생명 보호와 어려운 상황, 심지어 비극적인 처지에 놓인 이들이 생명을 선택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이는 임산부가 태아를 출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또한 포함됩니다. 또한 적절한 의료 및 완화 치료를 통해 질병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자원이 배분되어야 합니다. 생명권만이 존재하며, 이를 반대하는 어떠한 권리도 존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위장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실, 자유가 개인적·사회적 삶의 기초인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의 가장 명백한 증거마저 배제할 때, 인간은 결국 주관적이고 변덕스러운 의견이나 이익을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자유관은 사회생활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합니다. 그 지점에 이르면 모든 것이 협상 가능해지고 거래의 대상이 되며, 가장 근본적인 권리인 생명권마저 예외가 아닌 것이 됩니다. [17]

인간을 단순한 상품으로 전락시켜 불가침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는 소위 대리모 출산 관행으로, 이는 여성과 아동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성좌는 이러한 비난받아야 할 관행에 대한 국제적 금지를 재차 촉구하는 바입니다.

참된 진전은 권력이나 부의 규모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일으켜 세우면서도 동시에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능력에 따라 측정됩니다. 교황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상기시키듯이, “그 누구도 태아부터 노인까지, 병자부터 실업자까지, 시민이든 이민자든 가장 취약하고 무방비한 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서 면제되지 않습니다.”[18]

법치주의
10년 전, 바로 이 단상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유엔의 활동은 창설 헌장의 서문과 첫 조항에 명시된 원칙에 따라, 정의가 보편적 형제애의 이상을 성취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법치주의를 발전시키고 증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19]

실제로 사회가 정의롭게 되기 위해서 사회는 법치주의 원칙에 기반해야 하며 이는 개인의 자의적 의지가 아니라 법이 최고의 지위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20] 사실 약 1,600년 전,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지적했듯이 만일 정의가 없다면, 세상의 위대한 왕국들은 범죄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한 것입니다. [21]

실질적 의미에서 법치주의에는 권력 행사를 제한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남녀 지위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이나 그들 공동체의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 앞에서의 평등, 책임성, 법의 공정한 적용, 권력 분립, 법적 확실성, 공정한 절차, 독단성의 방지 원칙들뿐만 아니라 법률적 절차상의 투명성이라는 원칙이 항상 준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기아 및 빈곤 퇴치
빈곤과 기아 근절은 하느님의 모상과 그 유사성에 따라 창조된 모든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에 뿌리를 둔 도덕적 의무입니다. 빈곤은 단순히 물질적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며, 이는 하느님께서 개별 인간에게 부여하신 번영의 잠재력을 박탈하는 것입니다.

교황 레오 14세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만연하고 있는 기아와 영양실조라는 비극의 연속은, 비록 지구가 모든 사람을 위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식량 안보 국제 공약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여전히 일용할 양식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될 때 더욱 슬프고 부끄러운 것이 됩니다.”[22]

“기아를 극복하는 열쇠는 탐욕스러운 축적이 아니라 나눔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몇 가지 중요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세계 식량 안보는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으며, 2030 의제인 '기아 제로' 목표 달성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식량 생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식량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고 모두에게 건강하고 접근할 수 있는 영양 공급 체계를 제공하도록 보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연대의 관점에서 우리 식량 시스템을 재고하고 새롭게 해야 합니다. 창조물을 무분별하게 착취하는 논리를 극복하고, 환경과 그 자원을 가꾸고 보존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더 잘 방향 지음으로써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모두를 위한 충분하고 건강한 영양 공급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23]

전례 없는 부와 기술 발전이 특징인 세상에서 수백만 명이 여전히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분쟁, 기후 변화, 그리고 체계적인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지역에서 극심한 빈곤이 지속되는 현실은 즉각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을 요구합니다. 성좌는 국제 공동체가 연대의 정신으로 온전한 인간 발전을 우선시하고, 경제 정책과 성장 계획이 인간을 중심에 두면서 물질적 복지뿐만 아니라 영신적, 사회적 성장도 증진하도록 당부하는 바입니다.

빈곤 퇴치에 있어 연대의 원칙은 항상 보조성의 원칙으로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는 가난한 나라의 모든 사회·경제적 성장의 기반이 되어 번영을 위한 주도적 정신을 허용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한 새롭고 더 인간적인 미래를 건설하는 주인공이자 주체”[24]로 여겨져야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 불평등과 부채 탕감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은 심각한 도전입니다. 성좌는 하느님의 모상과 유사성을 따라 창조된 모든 개인이 하느님의 형상과 모습대로 창조되었으며, 존엄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의 분배, 교육 접근성, 의료 서비스, 식량 안보, 안전한 생활 조건 등에서 여전히 광범위한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종종 체계적인 불의, 분쟁, 환경 파괴로 인해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공정한 무역 체계, 착취에 기반한 노동 관행, 자원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 등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부채의 부담은 국가들을 빈곤에 가두며, 이는 정의의 문제로서 반드시 탕감되어야 합니다. 또한 최빈국에 대한 부채 경감 제공, 글로벌 자원의 공정한 분배 보장,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투자는 모두 정의를 향한 본질적 단계입니다.

가톨릭교회가 기념하는 이 희년(禧年)에, 성좌는 “가장 부유한 국가들에 [...] 과거 수많은 결정들의 중대성을 인정하고, 결코 갚을 수 없는 국가들의 빚을 탕감하기로 결심할 것”을 호소합니다. 이는 관대함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점점 더 인식하게 된 새로운 형태의 불의, 즉 진정한 '생태적 부채'가 존재한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것은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상업적 불균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특정 국가들이 오랫동안 자연 자원을 불균형하게 사용해 온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25]

피조물 돌봄과 기후 위기
생태 부채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환경 정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나 먼 미래의 목표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는 환경 보호를 넘어선 긴급한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고,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인간적 정의의 문제입니다.”[26]

국제 공동체는 피조물을 돌보는 중요한 사명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27]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발표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국제사회가 2015년 12월 12일 기후에 관한 파리 협정을 채택한 이후, 이 사명을 꾸준히 이어가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해졌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격렬한 갈등과 다자주의의 위기가 특징인 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최빈곤층과 미래 세대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 위기를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한 가장 적은 책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인간 활동으로 촉발된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자연 현상은 그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무력 분쟁으로 인한 인간과 생태계의 파괴가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자연 파괴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정의와 평화가 짓밟힐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표적인 것은 바로 원주민 공동체의 고통입니다.”[28]
이는 미래 세대의 안녕, 평화, 그리고 안보에 명백한 위협을 가합니다. 국제 공동체의 강력하고 책임 있는 대응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자연을 "경제적 또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거래되는 협상 수단이나 상품으로 전락시킬 수 없는”[29] 대응인 것입니다.

이는 기술 공유 촉진과 기후 행동 이행을 위한 국제 협력에 대한 약속을 강화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돌봄 문화 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주민과 난민
이주민들은 다중적인 글로벌 불평등의 첫 번째 희생자들이다. 그들은 자국에서 존엄성을 박탈당하는 것만 아니라, 가족을 꾸리고 일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없어 생명이 위협받기도 합니다. 이주민, 난민, 그리고 강제 이주민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정치적 고려를 넘어 윤리적이고 인도적이며 연대에 기반한 접근 방식을 포용해야 합니다.

성좌는 이주민, 난민 및 국내 실향민(IDP)의 고유한 인간 존엄성이 그들의 법적 지위, 국적, 민족, 종교 또는 성별과 관계없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정책과 행동은 그들의 안전, 보호 및 인도적 대우를 최우선으로 하여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고 폭력과 착취를 방지하려는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족의 인간 발전, 정신 건강 및 사회적 안정에서의 중대한 역할을 인정하여 가족 재결합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불법 이민과 관련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성좌는 인신 밀매 업자와 인신매매범의 활동을 차단하고 위험하고 종종 치명적인 여정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하고 질서 정연하며 합법적인 이민 경로의 확대를 촉구합니다. 성좌는 인신매매라는 흉악한 범죄를 강력히 규탄하며, 다가오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글로벌 행동 계획 검토 고위급 회의에서 정치적 선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또한 성좌는 제2차 국제 이주 검토 포럼(IMR)이 '이주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on Migration)에 명시된 약속을 재확인하기를 희망합니다. 마찬가지로, 2025년 12월에 개최될 글로벌 난민 포럼 진전 검토 회의(Global Refugee Forum Progress Review)는 난민 지원의 진전이 지속되도록 기존의 약속을 강화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AI)
이러한 도전들 외에도 교황 레오 14세께서 말한 대로 “또 다른 산업 혁명[...]인 인공지능이 있으며, 이는 [...] 인간의 존엄성, 정의, 노동을 수호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합니다.”[30]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지성은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의 본질적 측면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인공 지능은 놀라운 기술적 성취이면서도, 이를 설계한 인간의 지능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철학적·윤리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다른 발명품들과 달리,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하여 훈련되고,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거나 그에 필적하는 산물을 만들어내 인류를 향한 잠재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은 자율적 학습하고 선택하며, 프로그래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들을 적용하고 공급합니다. 이는 윤리와 안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합니다.

인공지능은 세계의 모든 문제를 오직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기술 관료주의적 패러다임'을 조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패러다임은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과 형제애를 종종 종속시키며, 선함과 진실이라는 본질적인 차원을 무시합니다. 그러나 효율성을 명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더 건강하고, 더 인간적이며, 더 사회적인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고 섬기기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하지만, 결코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판단을 대체하거나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성좌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투명성을 보장하며, 책임성을 촉진하고, 포용성을 증진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윤리적 지침과 규제 체계를 개발하고 시행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노동자의 권리
또한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사용은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노동은 단순한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소명, 즉 개인이 하느님의 창조적 행위에 참여하고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소명인 것입니다.

노동은 인간 존엄성의 근본적인 표현입니다. 개인은 노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며, 덕성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육체노동이든 지적 노동이든 창의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노동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 존엄성은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한 어떤 노동자도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존엄성을 훼손하는 조건에 처해서는 안 됩니다.

근로자는 자신과 가족에게 적절한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존엄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거, 교육, 의료 서비스 및 휴식의 기회에 대한 접근이 포함됩니다. 임금은 인간의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시장의 힘에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용주는 정의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착취 관행을 거부하고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성좌는 노동자들을 과도한 노동, 위험한 작업 환경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대우에 처하게 하는 모든 착취적 관행을 단죄합니다. 특히 실업자와 불완전 고용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경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경제가 충분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공정한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노동자와 그 가족의 존엄성을 보호할 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

가정에 대한 투자
공정한 임금과 지속 가능한 근로 조건, 특히 여성에게 제공될 때, 이는 가정을 형성하는 데에도 이바지합니다. 가족은 사회나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좌는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분열이 만연한 세상에서 남녀 간의 혼인 서약은 관계와 사회를 파괴하는 세력을 극복하는 수단이 됩니다. 가족은 인간의 사회성을 경험하는 최초의 공동체이며, 사회에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한 이바지를 합니다. 가정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 체험되는 첫 번째 공동체이며, 사회에 유일무이하고 대체 불가능한 이바지를 합니다.

 

진실: 다자주의와 담론의 명확성을 위한 지침

모호하지 않고 분열을 초래하지 않는 언어
진정한 관계와 대화는 명확하고 모호하지 않은 언어를 요구합니다. 사실, 언어가 공통으로 합의되지 않거나 재해석되거나 모호해질 경우, 대화 노력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에 담긴 기본권에 대한 재해석 시도가 수없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새로운 해석은 국제 사회를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국가 간 다자간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 현재의 맥락에서 상호 존중과 이해는 명확하고 분열을 초래하지 않는 언어의 사용이 요구됩니다.

 

**[중략]**


대화에 기반한 효과적인 다자주의

 

존경하는 의장님,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성좌는 1945년 설립 이후 여러 분야에서 이룩한 중요한 업적과 그 변함없는 중요성을 재확인합니다. 유엔은 모든 국가가 평등한 주권 아래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에 참여하는 활동적 장으로 계속해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엔의 한계와 단점, 그리고 다자간 체제 내에서 심화하는 신뢰성 위기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은 유엔의 성과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유엔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촉발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기구를 쇄신하고 그 기초를 재발견하며 현대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조정할 필요성에 대한 일반적 합의가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 지적하셨듯이, "우리가 모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이런 노력은 모든 갈등과 파괴적인 정복 욕구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충돌보다는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진정한 대화 의지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다자간 외교와 국제 공동체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해결을 위해 고안되고 설계된 국제기구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습니다.”[32]

성좌는 유엔 헌장에 명시된 창설 원칙에 대한 재확약을 촉구합니다. 이 원칙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의 사명을 희석할 위험이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기초적 약속들을 대체하려는 유혹에 저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명의 핵심은 유엔의 네 가지 기둥, 즉 인권 증진,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 지속가능한 발전 달성, 법치 수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습니다. 특히 법치는 정의로운 국제 질서의 필수 불가결인 조건으로, 다른 모든 노력의 토대를 제공합니다.

이번 기념일은 인류의 가장 시급한 요구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유엔이 희망의 등대이자 선을 위한 힘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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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오 14세 교황, 첫 교황 강복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 2025년 5월 8일.
[2] 참조, 레오 14세 교황, 성좌 주재 외교단에 한 연설, 2025년 5월 16일.
[3] 레오 14세 교황, 성좌 주재 외교단에 한 연설, 2025년 5월 16일.
[4]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77항.
[5] 레오 14세 교황, 제44차 유엔 식량 농업 기구(FAO) 총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담화, 2025년 6월 30일.
[6]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교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 16항; 프란치스코 교황,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 당사국 총회에 한 연설, 2023년 12월 2일.
[7]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강복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 2025년 4월 20일.
[8]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IPRI), "2024년 세계 군비 지출 2조 7,200억 달러에 달해(World Military Expenditure Reaches $2.72 Trillion in 2024)," SIPRI, 2024년. 다음에서 확인 가능: https://www.sipri.org.
[9] 프란치스코 교황, 국제 심포지엄 “핵무기 없는 세상과 온전한 군비 축소의 전망”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 2017년 11월 10일.
[10] 프란치스코 교황, 나가사키 원폭 폭심지 공원에서 한 핵무기에 관한 연설, 2019년 11월 24일.
[11] 레오 14세 교황, 제44차 유엔 식량 농업 기구(FAO) 총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담화, 2025년 6월 30일.
[1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79항 4절.
[13] 참조, 가톨릭교회의 사회 교리 요약(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 502-503항.
[14] 레오 14세 교황, 「동방 교회 지원 기관 회의(ROACO)」 정기 총회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 2025년 6월 26일.
[15]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인간 존엄성, Dignitatis humanae), 2항.
[16] 레오 14세 교황, 성좌 주재 외교단에 한 연설, 2025년 5월 16일.
[17] 참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19~20항.
[18] 레오 14세 교황, 성좌 주재 외교단에 한 연설, 2025년 5월 16일.
[19] 프란치스코 교황, 유엔 총회에서 한 연설, 2015년 9월 25일.
[20] 참조, 가톨릭교회의 사회 교리 요약, 408항.
[21] 성 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 (De civitate Dei)』, 제4권, 제4장: “정의(正義)가 제거된 왕국은 한낱 거대한 강도 집단에 불과하며, 강도 집단은 작은 왕국일 뿐이다.” (원문: “Remota itaque iustitia, quid sunt regna nisi magna latrocinia? Quid et ipsa latrocinia nisi parva regna?”)
[22] 레오 14세 교황, 제44차 유엔 식량 농업 기구(FAO) 총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담화, 2025년 6월 30일.
[23] 같은 문헌.
[24]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세계 평화의 날 담화, 2000년 1월 1일.
[25]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교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6항.
[26] 레오 14세 교황, 제10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세계 기도의 날 담화, 2025년 9월 1일.
[27] 참조, 레오 14세 교황, ‘찬미 받으소서’ 마을(Borgo Laudato si’)에서 거행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강론, 2025년 7월 9일.
[28] 레오 14세 교황, 제10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세계 기도의 날 담화, 2025년 9월 1일.
[29] 같은 문헌.
[30] 레오 14세 교황, 추기경단에 한 연설, 2025년 5월 10일.
[31] 레오 14세 교황, 수요 일반 알현, 2025년 8월 27일.
[32] 레오 14세 교황, 성좌 주재 외교단에 한 연설, 2025년 5월 16일.

https://press.vatican.va/content/salastampa/it/bollettino/pubblico/2025/09/29/0687/01219.html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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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5,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