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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총리, 메리 사이먼 총독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쥐스탱 트뤼도 총리, 메리 사이먼 총독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트뤼도 총리 “교황 방문은 엄청난 영향, 화해는 모두의 책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퀘벡에서의 첫 일정으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교황과의 만남에서 “우리 모두는 과거 기숙학교 시스템이 원주민 아이들을 동화시키는 정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 사이먼 캐나다 총독도 연설을 통해 “캐나다는 교황청과 화해를 위한 작업뿐 아니라 다른 시급한 전 지구적 문제들을 위해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우리 모두는 과거 기숙학교 시스템이 원주민 아이들을 동화시키는 정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화해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7월 27일 퀘벡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환영하며 “치유의 정신으로 교회와 정부 기관, 시민들이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책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교황은 캐나다 퀘벡주의 주도인 퀘벡시에 도착한 뒤 캐나다 연방 총독 관저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으로 퀘벡에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과거 기숙학교 시스템

“감사합니다!(Merci. Thank you. Gracias. Tiawenhk)” 트뤼도 총리는 연설 중에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에게 프랑스어와 영어로 수차례 감사를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 과거 캐나다 기숙학교에서 원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학대와 관련한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지난 세기 동안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자금을 지원했으나 종교 기관에 운영을 위탁한 기숙학교에서 최소 15만 명의 아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겪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한 동화정책에 대한 사과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 모두는 과거 기숙학교 시스템이 원주민 아이들을 동화시키는 정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 비극은 모든 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도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계속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름을 장애물로 바라보지 않으면서,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행동하기 위한 배움의 기회로 삼으려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퀘벡에 도착한 교황을 맞이하는 트뤼도 총리와 사이먼 총독
퀘벡에 도착한 교황을 맞이하는 트뤼도 총리와 사이먼 총독

교황과의 비공개 환담

트뤼도 총리는 전체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전에 총독 관저의 한 홀에서 교황과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교황과의 환담 직후 트뤼도 총리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만났다. 교황은 트뤼도 총리와의 만남 30분 전 캐나다의 첫 여성 총독 메리 사이먼과도 환담을 나눴다. 사이먼 총독과 트뤼도 총리는 교황이 에드먼턴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도 마중을 나왔으며, 교황의 최근 며칠 간의 순방 일정에 모두 동행했다. 이날 사이먼 총독과 트뤼도 총리는 각각 교황과 개별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졌으며, 자신들의 가족을 교황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울러 캐나다를 방문해 원주민들을 포옹한 교황에게 첫 공식감사를 표했다.

교황의 사과가 불러 일으킨 엄청난 영향

트뤼도 총리는 짧은 인사말을 통해 교황의 방문, 특히 원주민을 향해 용서를 청하는 모습이 엄청난 영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 교황님은 과거 기숙학교 부지 등 여러 장소를 방문하여 문화의 파괴와 인명 손실의 공간을 둘러보시고, 여전히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원주민들을 만나시면서 과거의 고통스러운 학대를 직접 살펴보셨습니다. 교황님이 메스쿼치스에서 말씀하셨듯이 용서를 청하는 것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자 첫걸음입니다. 지난 25일 오전 저는 생존자들 곁에 앉아서 교황님의 사과를 들은 그들의 반응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존자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메리 사이먼 총독
프란치스코 교황과 메리 사이먼 총독

생존자들에 대한 감사

트뤼도 총리는 생존자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지난 25일 매스쿼치스에서의 행사는 생존자들의 용기와 인내 없이는 성사될 수 없는 행사였습니다. 여러분의 기억과 고통스러운 체험을 나눠줘서, 무엇보다 교황님께 직접 나눠줘서 고맙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교황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주 저희와 함께 해 주신 일은 교황님의 개인적인 신념과 진실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함께 일하기

트뤼도 총리는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바티칸에서 성사됐던 교황과의 만남들을 떠올렸다. “우리의 지난 만남들에서 나눴던 대화에서 교황님은 언제나 기꺼이 시간을 내시고, 진정으로 이해하며 선을 행하고 회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교황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용서를 청하는 일은 사태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자 첫걸음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화해는 가까워진다. “생존자들과 그 후손들은 우리가 앞으로 함께할 모든 일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치유의 정신 안에서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캐나다 국민과 정부 기관이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에 이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원주민과 함께 일합시다.”

회복력과 용기의 모범

메리 사이먼 총독도 연설을 통해 교황에게 이번 방문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미래에 대해 말했다. “교황님은 교황님과 로마 가톨릭 교회가 화해, 치유, 희망, 쇄신의 여정을 걷는 캐나다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셨습니다.”

사이먼 총독은 무엇보다 과거 기숙학교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많은 원주민들과 훌륭한 회복력의 모범을 보여주는 다른 많은 원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들은 캐나다 원주민들의 영토 안에서 일어난 잘못에 대한 사과를 받고자 많이 노력했고 기다려왔습니다.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용기 덕분에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들의 노력은 캐나다를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들 것입니다.” 이누이트 원주민 출신 사이먼 총독은 이 같이 말했다.

기꺼이 경청하는 사람들

사이먼 총독은 “원주민은 모두 자부심이 있고 강하다”며 “모든 원주민은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교황의 말을 듣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기꺼이 용서하고, 어떤 이들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지만, 모든 이가 기꺼이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사이먼 총리는 교황에게 말했다. “모든 원주민은 치유를 위한 그들의 여정을 걸어가길 희망합니다.”

기억과 지원

이 화해의 여정은 구체적 행동을 필요로 한다. 사이먼 총독은 무엇보다 “과거 기숙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생존자들이 살아온 삶과 끝내 가정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공동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생존자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한 지원”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원주민 가족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해로 나아가는 여정

사이먼 총독이 생각하는 여정의 목표는 “참된 화해”다. 사이먼 총독은 “이번 교황 사도 순방 기간 동안 지금까지 직접 목격한 일들 안에서 큰 희망을 품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연설을 마무리했다. “캐나다는 교황청과 화해를 위한 작업뿐 아니라 평화와 교육 증진, 장벽 허물기, 빈곤과 질병 퇴치, 신뢰의 회복 등 다른 시급한 전 지구적 문제들을 위해 협력하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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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7월 2022,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