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알현 전문]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시대의 널리 퍼지고 깊게 파고든 질병인 슬픔을 치유하십니다”
[2025년 희년 교리 교육]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
제4부. 그리스도의 부활과 현재 세상의 도전들
2. 그리스도의 부활, 인간의 슬픔에 대한 대답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모두 환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가 끊임없이 관상하고 묵상하는 사건이며, 그에 대해 깊이 파고들수록 우리는 감당할 수 없지만 매혹적인 빛에 이끌려 온 듯 경이로움에 휩싸입니다. 그것은 모든 현실의 의미를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은 생명과 기쁨의 터짐 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극적이거나 훨씬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화하고 내밀하며 거의 겸손한 방식으로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부활이 우리 시대의 질병 중 하나인 슬픔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널리 퍼져 있고 깊게 파고든 슬픔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슬픔은 상실감을 느끼는 것이며, 때로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깊은 절망감으로 모든 기쁨마저 압도하기도 합니다.
슬픔은 삶의 의미와 활력을 앗아가고, 방향이나 의미 없는 삶의 여정과 같아집니다. 이러한 경험은 루카 복음(24,13-29)에 나오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유명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망과 낙담에 빠진 그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께 바랐던 희망을 뒤로한 채 예루살렘을 떠납니다. 이 이야기는 그 서두에서 인간 슬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목표의 종말이고, 자신들의 삶에 필수적이었던 것의 무너짐입니다.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일련의 극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참으로 상징적인 역설입니다. 패배와 일상으로의 회귀라는 이 슬픈 여정은 빛의 승리, 곧 완전히 성취된 파스카와 같은 날에 일어납니다. 두 사람은 골고타에서 돌아섭니다. 그들의 눈과 가슴에 여전히 각인된 십자가의 끔찍한 광경에서 돌아섭니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합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느 순간, 한 여행자가 두 제자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아마도 파스카 축제를 맞아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수많은 순례자 중 한 명일 것입니다. 그가 부활하신 예수님이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슬픔이 그들의 시선을 흐리게 했으며, 주님께서 여러 번 약속하셨던 것, 곧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리라는 약속을 지워버립니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 그들이 하는 말에 관심을 보입니다. 성경 본문은 두 사람이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루카 24,17)고 말합니다. 사용된 그리스어 형용사는 깊은 슬픔을 묘사합니다. 그들의 얼굴은 영혼이 마비됨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시고 그들이 실망감을 토로하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그런 다음, 매우 솔직하게 그들을 꾸짖으시며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굼뜨냐”(25절)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성경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셔야 했음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두 제자의 마음속에 다시금 희망의 불이 타올랐고, 저녁이 되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신비로운 동행자에게 함께 머물도록 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시고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빵을 들어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순간, 두 제자는 예수님을 알아보았지만…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30-31절). 빵을 떼는 행위는 그들의 마음의 눈을 다시 뜨게 하고, 절망으로 흐려졌던 시야를 다시 밝혀주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함께 걸어온 여정, 부드럽지만 강력한 말씀, 진리의 빛이 분명해졌습니다. 기쁨이 즉시 되살아나고, 지친 팔다리에 다시 활력이 흐르며, 그들의 기억은 감사함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두 제자는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되살아나셨다”(34절 참조). 여기서 쓰인 부사 “참으로”는 우리 인류 역사의 확실한 정점을 나타냅니다. 이 표현이 파스카에 그리스도인들이 주고받는 인사말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의 몸은 수난의 흔적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를 향한 그분의 영원한 사랑의 봉인입니다. 생명의 승리는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실재하고 구체적인 사실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예상치 못한 기쁨이, 여정이 힘들어질 때 우리에게 달콤한 권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주시는 분은 바로 부활하신 분입니다. 슬픔의 공허함을 채우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마음의 길에서 부활하신 분께서는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해 걸어가십니다. 그분께서는 골고타의 어둠 속에서도 죽음을 이기심을 증거하시고, 생명의 승리를 선언하십니다. 역사는 여전히 더 나은 것을 향한 큰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파스카를 깨닫는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빛으로 돌아가 우리를 구원하셨고 지금도 구원하시는 진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자매 여러분, 형제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님의 파스카의 경이로움 안에서 매일 깨어 기도합시다. 그분만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십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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